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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학번과 16학번

by 토리가 토닥토닥

“팀장님, 사업계획서의 목표가 달라지는데 괜찮을까요?”


작년 말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새롭게 계획서를 작성하고,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사항들을 기반으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나는 96학번이다. 팀의 신입직원은 대학을 갓 졸업한 16학번이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 25살 9월 1일이었다. 가끔 나이먹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호칭인데 특히 군대 간 남자들에 대한 호칭이다. 아저씨, 오빠, 친구, 동생, 조카에서 이제 곧 아들, 손자로 내려갈 것이다.

내가 경험한 첫 직장생활을 생각했다. 첫 상사는 지금 내 나이, 직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스로 일에 재미를 느끼는 분은 아니었다. 그 분하면 생각나는 것은 아침 9시 10분에 전화해서 “몸이 아프니 오늘 결근하겠다.” 와 일을 의논하고 싶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에 “그렇게 하면 일이 많아진다.”는 암묵적 ‘업무’ 거절이 대표적이었다. 잦은 결근과 지각을 하고, 서류 검토를 요청했을 때 늘 책상 위에 올려진 상태로 일주일이 지나갔으며 업무를 가르쳐달라는 호기심과 열정이 넘치는 신입직원의 목소리가 묵과당했던 일이 기억난다.



16학번 직원이 나를 바라볼 때 내가 첫 직장, 첫 상사에게 기대했던 눈빛이 떠오른다. 그만큼 필요한 업무들을 잘 알려주고 있는지, “라테”를 외쳐대고 있지는 않은지 늘 생각하게 한다. 내가 경험한 신입직원들이 가장 당혹스러울 때는 선임이 해당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은 노력하지 않는데 거기에 인성까지 못된 경우라 생각한다. 세상에 못된 팀장, 과장들은 너무 많고 넘친다. 물론 나 역시 더 노력해야 하는 팀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6학번 직원과의 나이가 새삼스럽고, 연년생도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하는데 그 격차를 어떻게 좁혀야 하는지 난감스러웠다. 그리고... 경력자로서의 입지가 왠지 나이와 비례하는 것 같아 조금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16학번 신입직원과 96학번 나는 잘 지내고 있다. 16학번 직원이 사회생활에 찌든 마음이 폭삭 늙어버린 팀장을 꼼꼼하고 잘 지도해주는 노력하는 팀장이라고 생각해주기 때문인 듯하다.

정말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그것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19, 20, 21학번....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될 학번 들일 것이다. 나는 올해를 잊지 않고 16학번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듯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이다. 일단 그 마음이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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