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남자를 소개받거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간혹받는 질문이 있었다.
"연애의 경험은 몇 번 있습니까?" 이 질문에는 몇 가지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생각한다. 솔직히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의 경험이 없다고 하면 대부분 상대방은 유추하건대 무언가 인격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곤 했다. 왜 나이가 많아질수록 연애를 하지 않으면 미성숙한 존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늘 연애에 대해 궁금하고 이성에 대해 사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스스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더 솔직히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말을 믿고 언젠간 나타나겠지 하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열심히 일하며 셋째 딸로서 4명의 자매들과 재미있게 지냈던 시간들이 연애를 대체할 수 있는 관계의 즐거움으로 존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20년 책상 위에 떨어진 벚꽃나의 생활은 조용하고 평범하다. "가만가만, 고민고만, 조용조용, 존재감 없이 살아가자."라는 인생 좌우명처럼.
CCTV로 동선을 쫓아다니기 시작하면 아마 30분도 안되서 좌표들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작고 사소하며 큰 이벤트가 없는 생활로 이어진다. 전날 샤워를 하고 아침에는 머리를 감는다. 자외선 차단제와 마스크를 꼭 챙긴다. 2주를 주기로 손톱과 발톱을 정리하고 매주 금요일 퇴근 후에는 일주일간 묵혀둔 빨래를 하고 토요일에는 집안을 청소한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한 달에 한번 중고서적을 간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는 조용한 일상을 담담히 살고 있다.
최근에 "연애 한번 해봐." 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 해보기 시작했다. 연애초보가 생각하는 40대의 연애는 치열하게 살아왔을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 서로가 살아왔던 생활과 경험을 공유하며 때로는 인생 가이드로서 격려해주는 것, 상대방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함께해주는 것. 그것이면 일단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사랑은 무심히 지나쳐버리기엔 너무 멋진 감정이 아닌가."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분명 사랑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