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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지 못한 사회복지사 후기

by 토리가 토닥토닥

달빛님(가명)에 대한 글을 쓴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옮음과 친절함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는 친절을 선택하라"는 영화 원더의 대사처럼 '친절함'을 선택한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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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달 동안 나는 나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업무가 아닌 좋아하는 친구를 대하는 마음으 그녀와 통화를 했고 문제행동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통화량에만 원인을 두고 달빛님의 어머니과도 함께 노력해보자는 약속을 했었다.


몇 번이나 되풀이되는 몇 시까지 가면 되냐는 질문도, 일방적인 전화 끊기도 모두가 다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갔다. 그 사이 작성해야 하는 계획서가 나의 혼을 쏙 빼고 있었고 그녀의 전화통화 횟수를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전화는 늘 반가웠고 즐거웠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녀를 위해 좋아하는 껌도 사다 놓고 그녀도 사무실에 오면 초콜릿 과자를 주겠다며 나와의 만남에 설렘까지 얹어주었다. 통화 마지막 그녀는 늘 까르르 웃으며 껌을 몇 개 줄 거냐고 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손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정말 수시로 날려주었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전화통화 횟수가 줄어는 것으로 이어졌고 16학번 직원님이 "달빛님의 전화가 거의 없다"라며 확인까지 시켜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어머님과도 얼굴을 마주 보며 웃은 날이다. 한 달 동안 달빛님에게 격려와 지도를 해주신 어머님께 응원을 보냈다. 어머님 웬일로 평상시 꺼려하시던 달빛님의 행동에 대해 말씀하시며 같이 고민해달라는 반가운 요청을 하셨다. 어머님의 웃음이 좋았다.

그리고 프로그램실에 들어가자마자 달빛님이 나에게 손하트를 날리며, 전화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랑을 했다. 너무 대견하고 달빛님의 노력이 정말 고마웠다.


사회복지사는 무조건 친절할 것이며 모든 이들에게 마음을 열 것이라는 것은 정말 오산이다.


사회복지사도 월급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각박한 생활인이다. 한때 사회복지사 끼리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 가정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회자된다.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일 뿐이다.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지역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만드는 것에는 다양한 철학과 가치가 필요하지만 지금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신은 나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의도적인 행동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사랑받고 있다는 의도된 행동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는 진심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달빛님에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당신은 존중받고 있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의 전달. 복지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결국 남는 건 마음인 것 같다.

마음이 가야 행동으로 보이듯이.


"달빛님과 좋은 인연이 되어 저도 기뻐요.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요! 하트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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