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은 정말 몸이 푹 익어버린 떡처럼 퍼져버린다. 퍼지는 건 일주일 피로를 푸는 것이라 생각하여 나쁘지 않다 할 수 있으나 문제는 아침 7시부터 떠지는 눈이다.
생각 같아서는 낮 12시까지 잠을 자야 피곤이 풀릴 것 같은데 눈꺼풀은 너무 쉽게 올라가버린다.
눈은 떴지만, 몸은 무겁고, 매트리스에서만 펴지는 허리는 일어나기만 하면 왜 이렇게 아픈지 묻고 싶다. 넌 도대체 왜 직립보행을 싫어하는 거냐.
토요일에는 족발과 닭강정, 김밥을 사들고 엄마 집에 가서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금요일의 빨래를 정리했다. 그리고 잤다. 또 잤다. 계속 잤다.
일요일에도 자연스럽게 8시에 일어나 10시까지 누워있었다. 라면을 먹었다. 누웠다. 잤다. 계속 잤다.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2차로 정리했다. 설거지를 했다. 참외를 깎아 놓았다. 쓰레기를 정리했다. 샤워를 했다. 안경테가 무거워 교체하러 갔다가 다이소에 들려 모기약을 사 왔다.
깜깜해지기 직전의 서울식물원집에 오니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산책하러 가자고. 루키를 데리고 갔다. 사발면을 샀다. 사놓은 커피, 김밥, 깎아 놓은 참외를 챙겼다. 서울식물원에 갔다. 어스름한 저녁에 출발한 산책은 21시까지 이어졌다.
정해진 산책로 없이 여기저기 걸었다. 루키의 표정은 불쾌한 듯 보였지만 그의 상쾌한 기분은 엉덩이에서 들켜버렸다.
동생과 루키를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엄마가 주신 복숭아와 함께했다.
샤워를 했다. 잠이 들었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몇 번을 깼다. 결국 5시 30분에 일어났다. 출근을 준비했다.
별거 없지만 별거 같은 하루.
평범하고 조용해서 좋았던 특별한 나의 하루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