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관심이 없었다.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경기를 즐기기 어렵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후반전으로 나뉘는 배구와 축구는 그렇다 쳐도 야구, 농구 경기 룰은 전혀 모르겠다. 주변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훅훅 던지는 훈수에 재미를 느끼며 흥미를 가질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없다.
2009년 한창 일본어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다.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한국어가 능숙한 일본인 공무원분과 메일을 주고받는 펜팔을 시작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의 일본어 문장과 회화를 원어민이 한국어로 가르쳐주니 학원보다 더 재미있었던 학습시간이었다.
열심히 공부했던 일본어얼굴 한번 본 적 없었지만 시간이 1년 , 2년이 지나가니 언어를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분의 취미는 마라톤이었다. 아마추어라 했지만 주기적으로 해외 원정까지 나가는 취미가 어디 그리 흔할까 싶었다.
그분의 말씀으로는 마라톤을 하고 나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했다. 그냥 그 이유 하나라고 했다.
마라톤이라니... 초중고를 지나면서 가끔 시키지 않아도 운동장을 1~2바퀴 정도는 뛰어봤어도 km 단위가 들어가는 거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이 자꾸 한번 도전해보라며 독려를 했다. 과연 달리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러나 나에게 마라톤이 훅하고 들어온 것은 아주 단순했다. 정해진 시간에만 들어오면 된다는 아주 단순 명쾌한 경기 룰이었다. 그리고 다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도.
당시 등산을 자주 다녔는데 정상에서의 기분과 비슷할까 궁금했다.
헬스장을 6개월 끊고 인터넷에서 6개월 후에 있는 마라톤 경기들을 검색했다. 목표는 선명할수록 좋으니까. 10km로 등록했다.
매일 퇴근 후 2시간씩 6~10km로 트레이드밀 위에 걷고 뛰었다. 야근을 하건, 바자회 행사로 몸이 피곤에 쩔어도 매일매일 뛰었다. 당연히 체중도 빠졌다. 마라톤에 대한 책도 샀다.
10km를 기준으로 잘 뛰는 사람은 30분이면 완주한다. 나의 목표는 하나였다.
그저 완주였고 완주했다.
첫 경기에서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1시간 21분이 걸렸다.
세 번째부터는 5km만 뛰었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진다는 일본인분의 말씀은 맞았다. 완주를 통해 무언가 완성했다는 성취감은 기록과는 무관했기 때문이다.
완주 메달그 뒤부터는 마라톤 중계는 꼭 챙겨보고 그 어떤 운동선수보다 마라톤 선수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실 아직도 내 수준에서 마라톤은 좀 거창하고 그저 장거리 달리기 수준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로지 5km가 목표지만 그래도 걷고 달리는 원초적 동작이 주는 단순함이 좋다.
이제 다음 목표는 야구 혹은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어 룰을 배워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경기장에서 미친 듯이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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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은 달리기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