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효리네 민박에 아이유가 출연했었다. 그녀의 음악 중 ‘좋은 날’, ‘너랑 나’를 밝고 경쾌한 맛에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녀를 보면 늘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dark’다. 아무리 밝은 노래를 불러도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있다. 그런 그녀가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네가 집착하고 있는 게 뭐야? 가족? 인기?”
“저는 평정심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제가 들떠 있다고 생각이 들면 기분이 안 좋아지거든요. 통제력을 잃었다는 생각, 저는 감정 절제를 놓고 싶긴 해요. 저는 이제 많이 웃고 많이 울고 싶어요.”
그녀의 평정심에 대한 나의 해석은 사회생활과 관계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중학생 나이 때부터 가수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를 생각해보면 평정심에 대한 집착이 이해된다. 나도 비슷하다. 2020년이 아직 3개월 남았지만 평정심이 필요한 상황들은 충분했다. 그런데 사회생활과 관계를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다양한 환경과 사람들을 겪으면서 부정적 상황에서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을 찾고 싶었다.
원래는 나도 아이유와 같이 평정심 유지가 제일 우선순위였고 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두루두루 잘 지내고자 했다.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다른 방법들을 고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다양한 관계에서 겪어지는 불쾌감의 원인을 잘 생각해보고 그 감정이 해소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제일 우선은 ‘나중에 억울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과감하게 개인이든 집단이든 직접 대면하여 해소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들이든 시간이 지나면 좋든 나쁘든 잊혀지거나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해소되지 못한 억울하고 불쾌한 감정은 오롯이 내 속에 쌓인다. 결과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것들을 침잠시키는 주범이 된다.
MBTI의 성향분석에서 나는 ISTJ다. 내향형, 조용하고 강한 집중력, 보수적, 인내심으로 정리된다. 또한 사례나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특징이 있다.
성향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기표현이 약해 내 감정과 생각의 전달이 어려웠다. 특히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모든 사고가 STOP 되었다.
그렇기에 주변 상황에 많이 휩쓸려 구설수에 오른 경험도 여러 차례 있었다. 과정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 내가 선택했던 것은 아이유가 말하는 '나 혼자만의 평정심 유지'였다.
중국 속담에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머지않아’가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혹은 아예 없을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속담에도 ‘사필귀정’ (올바르지 못한 것이 임시로 기승을 부린다고 해도 결국 올바르지 못한 것은 오래가지 못하며, 바른 것이 이기게 된다), ‘인과응보’(선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뒤따르고, 악한 일에는 악한 결과가 있다)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시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문제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 정리를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는 생각이다.
'직접 대면하고 표현하는 방법’에는 아래와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1. 가장 억울하며 힘든 감정은 어떤 상황과 관계 속에서 발생된 것인가를 인지하는 것
(상황, 명분)
2. 인지된 감정들을 (해당되는 대상 혹은 집단에게 정확하고 임팩트 있는 표현 전달을 위해) 잘 재단하는 것
(의지, 능력)
여기서 표현하는 재단의 뜻 중 하나는 옳고 그름을 가려 결정한다는 사전적 의미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재단은 ‘재단사가 옷감이나 재목 따위를 치수에 맞도록 재거나 자르는 일’의 의미로 자신의 생각을 마구잡이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육하원칙이 필요하면 육하원칙을 적용해서라도 정확하고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감정의 표현에는 분명 리스크도 존재한다. 아무리 잘 재단하여 의사를 전달했다 하더라도 관계가 단절될 수 있으며 추후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관계 단절을 감수하더라도 억울한 마음이 남지 않고 싶다면 직선의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가끔 본인은 '관계중심'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관계는 꾸준한 신뢰 속에서 맺어져야 이어질 수 있고 책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에서 나오는 대책과 설득력 없는 단순한 좋은 관계 맺기 학습 지향을 지양해야 한다.
관계는 언제든 맺을 수 있지만 유지도 힘들고 서로 존중을 하더라도 불편함은 언제든 발생된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알고 전달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은 필요와 중요가 동시에 갖춰있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들은 결국 더 나은 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TV 보다가 아이유의 말을 듣고 다시 해석해보았다. 단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