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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Dec 22. 2020

말년의 복을 누리기 위한 노력

유년시절을 천호동에서 영유아기를 거쳐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보냈다. 어릴 적 얼마나 개구쟁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장면이 몇 개 있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린 나이였을 때 동네 언니 오빠들을 쫓아 단독주택 2층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의 철제 담벼락 쪽에 몸을 기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기억이 없어지고 깨어났을 때 엄마가 급하게 나에게 우황청심환을 먹이고 있었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어보니 때마침 물이 가득한 왕타원 고무 대야에 빠져서 살았다는 것이다. 기억에는 동네 오빠가 밀어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다시 잘 놀았다.


또 다른 기억은 엄마가 정성껏 담가놓은 고추장 단지에 언니들과 손을 넣어 그 촉감을 마구 즐기다가 옥상으로 올라오신 엄마에게 혼날까봐 바로 옆에 널려있던 새하얀 이불에 손을 열심히 닦았다. 그 일로 엄마에게 혼은 많이 났지만 함께했던 언니들이 있었기에 즐거웠다. 


그밖에도 놀이터의 시멘트로 조성된 미로에 앞니를 부딪혀 윗입술이 한동안 피멍이 들고 이가 깨져버려 치과를 드나들기도 했다.


하나의 부정적 생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의 긍정적 생각이 필요하다.

바바라 프드 릭슨(긍정의 발견)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며칠 전부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인지 대해 매우 단순하지만 중요한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시작은 긍정 마인드를 가지기 위한 연습이다.

사주를 보기 시작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초년이 좋지 않고 말년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초년은 25세까지의 나이 때라 한다. 그런데 저절로 허벅지를 치게 된다. 정말 좋지 않았다. 억만금을 줄 테니 그 시절로 돌아가겠냐고 한다면 나는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생각이 진심으로 없다.

그제 통화를 나눈 이가 그랬다. 초년이 좋은 사람은 말년이 안 좋고, 말년이 안 좋은 사람은 초년이 좋다고.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초년이 좋은 조건들을 선택하고는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 같다. 초년의 좋은 기억과 긍정적인 경험들이 설령 말년이 좋지 않는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성격 형성에 도움이 되어 말년이 안 좋은 줄 모르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초년이 안 좋은 사람은 그 불행하고 힘든 경험으로 좋은 복이 들어오고 삶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들어와도 자기의 시야에 갇혀 있거나 익숙해져 있어 회복 될 수 있는 상황을 잡지 못하거나 힘든 삶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기억은 오래간다. 내내, 두고두고.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오버랩이 되어 괴롭힌다. 분명 계기가 없다면 벗어나기는 힘들 수도 있다.


다행히도 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고, 그 경험으로 한 발 한 발 세상으로 어린아이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하나 둘 셋 여기저기 뻗어지며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확장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계기가 없었다면 과연 벗어날 수 있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더 많은 거친 시간과 경험값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어린아이 시절 기억이 났다. 동생이 태어나던 밤 오로지 달빛에 의지한 체 엄마와 아빠가 소복이 내리던 눈길 사이를 걸어갔던 뒷모습을 2층에서 바라보던 기억.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만 보이면 계절과는 상관없이 조카들과 양 손 나란히 잡고 걷던 기억. 아빠의 산소를 방문할 때면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해주시면 좋을지 졸라대며 자매들과 장난치던 기억.


그 모든 것들 힘든 기억들을 상쇄시켜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초년은 내가 부모와 형제를 선택할 수 없듯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조건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은 분명 존재한다. 초년이 아무리 힘들었다 하더라도 분명 힘든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말년이 아무리 좋다 한들 지금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줄 것이라 각된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사람들과 일들을 끌어당기는 에너지원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도 역시 좋은 일도 있었고,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출발선 위에 서 있다. 올해의 성장 포인트는 어려운 일보다는 좋은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감사하고 고마워했기에 더 주변을 돌아보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생각들을 잘 키워 사람들에게 힘 되는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받은 신선하고 좋은 에너지로 그들에게 신나고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보자면 이런 생각들이 적금통장에 조금씩 모이는 돈이 어느새 목돈이 되듯 말년의 복을  소박하지만 알차게 누리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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