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통날

다시 보통날

by 조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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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통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벌에 쏘인 듯 부은 얼굴은 한동안 지속됐지만, 건강 상태는 금방 좋아졌다. 평온한 날들이 계속됐다. 내 방 침대에서 늦은 아침을 맞이하고,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소파에 기대앉아 TV도 보고 수다도 떨며, 소소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학교도 다시 다니게 됐다.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집에 기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재활을 위해 수영장과 헬스장도 등록했다. 수영은 일곱 시부터 여덟 시까지, 헬스는 여덟 시부터 아홉 시까지 했다. 운동을 마치면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렇게 비슷한 하루가 반복됐다. 여전히 무얼 하고 싶은지, 왜 이렇게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내게 주어진,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살면 되는 것이었다.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해도 좋으니, 그저 평범한 일상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졸업을 했다.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남들 다 하는 취업도 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가끔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사드릴 수 있게 됐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평범함이, 어쩌면 죄악으로까지 생각될 만큼 가까이하고 싶지 않던 평범함이, 이제는 삶이 되었고 소망이 되었다. 무얼 할까,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 별로 대단치도 않은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을 내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의 반복. 그토록 내가 바라고 원하던, 다시 보통날이다.



<다시, 보통날>이 출간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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