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있는 사람을 동경했다
<4-1. 에피소드>
이따금씩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거나, 어느 한 분야에 푹 빠져 있거나, 혼자 있어도 심심해하지 않는 사람들. 지금 남편도 그런 사람이다.
나중에야 정의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나는 취향있는 사람들에 대해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연애하기 전에 이상형을 물어보면, 꼭 말했던 게 ‘혼자 있어도 재밌게 사는 사람’ 이었다. 처음엔 연애가 전부여서 나를 귀찮게(?) 하는게 싫어서 그런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취향을 가진 사람을 돌려서 말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남편과 친구사이일 때, 나는 오빠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재미있었다. 한동안 도자기를 구워봤다고 컵, 쟁반, 인센스 함 등을 만들어보면서 흙의 성질이나 또 도예분야의 장인, 다기에 진심인 영국과 일본 이야기를 해줄 때도 있었고 좋아하는 신발이 뉴발란스인데 왜 이 신발을 좋아하게 되었고 기능과 디자인 또 디자이너의 철학까지 쭉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 외에도 자기가 좋아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뮤지션, 화가, 옷디자인 등에 대해 늘 확신에 찬 얼굴로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했다.
우선, 그렇게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과 좋아하게 되었을 때 관심을 가지고 배경들을 찾아보고 기억하고 즐기는 게. 이건 자기 자신을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하루이틀이 아니라 오랜시간 쌓여서 만들어진 그 사람만의 오로라 같았다.
같은 하루, 같은 시간을 보내도 오빠는 주어진 삶을 정말 꼭꼭 다 밟아서 느끼고 기뻐하고 즐기고 향유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별다른 취향이 없는 사람이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좋으면 좋고 아님 말고. 튀지않는 무난무난한 것들을 늘 선택해왔다. 옷을 입어도 무채색, 파스텔톤, 단정한 느낌. 음악에 대한건 정말 아예 없었고 전시회를 보러 가도 색채나 화가에 대해 크게 감흥이 오거나 그러진 않았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뭔가를 추구해본적이 잘 없었던걸까.
‘나는 지금껏 무엇에 관심을 두고 살아온걸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있긴 한걸까.
연애를 하면서 오빠의 취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도 했고, 동시에 ‘나의 취향은 뭘까’ 혼자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나만의 오로라를 갖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