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결핍(2)

애써야 평범했다. 보통의 삶도 쉽지않았다.

by 유서아

<4-2. 애써야 평범했다. 보통의 삶도 쉽지않았다.>


내 꿈이 뭐냐 물었을 때,

내 꿈은 늘 평범한 보통의 삶이었다.


"어떤게 평범하고 보통의 삶인데?" 라고 물으면

그냥 남들처럼 대학 졸업 후 늦지않게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차한대 끌면서 마음편안하고 무탈한 그런 삶..?


꽤나 추상적인 꿈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남들이 말하는 ‘주류’에 있고싶어 했던 것 같다.

유별나지 않고 예측가능한.


재수하지 않고 곧장 대학을 가고

중간에 고시공부를 잠깐 하긴했지만

이내 직장을 구하고, 이직을 하고

연애를 해야겠다 생각한 나이에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해야겠다 생각한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게 나에겐 안정감있는 삶이었고 보통의 삶이었다.


어린나이에 나는 알았다.

내가 생각한 보통의 삶은

지극히 애써야 만들어진다는걸


학창시절 시험을 봐도 나는 요행이 없었다.

공부한건 맞추고, 하지않은 건 틀렸다. 찍어서 맞추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늘 120~150%를 준비해야 100%이 나오는, 어찌보면 가성비가 좋진 않은! 순도 100% 성실함으로 살아냈다. 그래서 되돌아보면 매순간 지쳐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중학생때 운이좋게도 학생회장을 했었는데,

그 구역의 다른 중학교 회장들 어머니들의 모임이 생겼었다. 7명 남짓 되는 어머님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도 모임을 이어나가신다.

정작 아이들은 하나도 친하지 않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이후의 진로 등 시간이 지나면서

7명의 7가지 사례를 듣고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참 평범하다 생각했던 적이 있다.


누구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업을 이어서 하고

누군가는 수능을 망쳤지만 미국유학을 갔고

뒤늦게 음악에 눈뜬 누군가는 독일유학을 갔고

누구는 부동산, 유통업 여러 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다.

누구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작품을 찍고 영화제에 출품을 했다.


중학생때 공부는 내가 제일 잘했었는데..!

성적과 상관없이 각자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뒷배가 없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부모님의 지원이 비교적 짱짱했던 다른 6명의 친구들과 달리, 나는 내 머리하나 믿고 실패하면 안되고 곧장 경제적이든 물리적이든 독립을 해야했다.


수능을 망치면 재수나 유학은 할수 없기에 수능을 잘 봐야했고 취업이 늦어지면 부모님 부담만 가중되기에

하루빨리 내 앞길을 찾아야했다.


멈칫할 시간적 여유도,

경로를 수정할 금전적인 지원도 없었다.


그동안 나에게 별다른 취향이 없었던 이유일지도.


이거저거 시도해 볼 기회랄까,

이거저거 경험해 볼 여유랄까,

나에겐 그런 시간이 없었다.


엄마는 어느날, 모임에 다녀오시곤 “자식이 조금 부족해도 부모가 메워줄 수 있는게 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말씀하셨다. 나는 “괜찮다. 하고싶은거 못한 적 없다. 스스로 만들어 간 내 길이 자랑스럽다.”고 말씀드렸다.


늘 해야할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려고 애썼다.

여백 있어야 피어나는 작은 사치인 취향.

나는 그 여백이 없었다.

대신 나는 보통의 삶, 평범한 일상을 얻었다.


그래서였을까,

취향있는 사람은 곧 여유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취향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거고, 그걸 탐험하고 음미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가 있었을 것 같아서.


그게 부러웠나보다.

나도 그러고 싶었나보다.

이제서라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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