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서게 된 계기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 서울에서 대학생때부터 자리잡은 나. 서울과 부산은 기차로 오래 걸리진 않아서 그래도 한 세달에 한번씩은 내려갔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는 명절과 생신 이렇게 1년에 4번정도 부산에 내려가게 된 것 같다. 딱 정해둔 건 아니지만…! 시부모님은 서울에 계신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고 시부모님도 그렇고 결혼하고 나서 아기에 대해 이야기하신적은 없다. 아마도 오빠와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도 있으셨을거고, 괜한 부담주고싶지 않다는 깊은 배려도 있으셨을거다.
오빠와 나는 연애할때도 아기없는 가정을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었다. 나도 ‘가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꼭 아기는 있었다. 내 주변에 딩크가 없는건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연애할 때부터 딩크임을 밝히고 만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는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아기는 있다고 암묵적으로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언제, 몇 명이면 좋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한 바는 없었다. 나도 막연히 결혼하고 1년 정도는 마냥 오빠랑 같이 사는 일상의 행복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작년 명절이었다.
부산에 내려가 재작년처럼 부모님을 뵙는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엄마 아빠의 연세가 참 많으시구나… 엄마 아빠도 많이 늙으셨구나 생각이 오래 남았다. 아빠가 75세, 엄마가 71세시니까 두 분 다 70이 넘으셨다. 건강하게 오래 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10년일까 15년일까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두 분이 결혼도 늦게 하시고, 언니와 나도 비교적 늦게 보신 편이라 내 또래보다 늘 5년에서 10년은 나이 많은 학부모로 사셨다. 내가 32살에 우리 집 개혼으로 결혼을 했으니 사위도 늦게 보신 편이다. 나는 이런 대화주제가 나올 때마다 괜히 “그러게~ 내가 늦게 나오고 싶어서 나왔나! 10년 젊게 사셔야지 다른 방법 있나요” 하고 넘긴다. 내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모르겠다. 왜 그런 생각이 스쳤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내일 아기를 낳는다고 해도 엄마아빠는 그 친구가 대학가는거까지 보기 어려우실 수 있겠다. 손주를 보고싶지 않으실까.
내가 아예 임신생각이 없으면 모르지만, 언젠가 낳는다는 방향이라면 더 늦출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 덧붙이자면, 몇 년 전 사촌언니 딸(3살이었던것 같다)과 놀아주시던 엄마와 아빠 모습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모님 모습이었고, 나를 저렇게 키우셨겠구나… 또 손주를 보시면 저렇게 사랑해주시겠구나 싶었다.
청소년기에 부모님의 응원/기대가 나에겐 부담으로 잘못(?) 각인이 되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내 고집대로 살아온 나였다 …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부모님 인생은 부모님 것이고 내 인생은 내 거야!(알아서 할게요)를 외쳤던 나로서는 따로 부모님께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며 효도를 해야한다 생각하면 늘 어깨가 무거웠다. 하지만 임신, 출산은 그저 나의 삶을 내 속도대로 꾸려나갔을 뿐인데 덤으로 부모님께도 기쁨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부모님은 그분들의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지라도 내가 행복하고 잘 사는 모습만으로 충분하다 하실 분들이다… 내가 괜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빠와의 결혼생활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행복했고, 이 가정에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나의 의지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께 내가 선물해 드릴 수 있는 기쁜 순간이 아닐까 싶어서 되도록 빨리 아기를 가져야겠다 다짐했다. 어느 날 문득 든 생각과 감정이었지만 나에게 확고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