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민해진 감각들
병원에서 임신사실확인서를 받은게 5월 19일이었다. 그러고 6월부터… 입덧이 생겼다!
말로만 듣던 입덧이 나에게도 생겼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의 후각과 미각이 아주 예민하게 바뀌면서 거의 모든 향, 냄새, 맛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우선, 음식..!
나는 소문난 고기파였는데 돼지고기도, 소고기도, 양고기도, 닭고기도.. 다 냄새가 나고 울렁거려서 먹고 싶지가 않아졌다. 뭘 먹어야할지 모르겠는 지경이었다. 날은 무더운데 입맛은 없고, 뭐라도 먹어야하는데 매스껍기만 하고… 인터넷에 찾아보면 입덧이 마치 숙취 같다는데 술을 먹지 않는 나는 숙취가 뭔지 몰라서 영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생수도 비리게 느껴지는… 지경이라니! 이때는 “오늘은 뭐 먹고싶은게 생겼어?” 가 남편의 단골 질문이 되었다. 하루 3번 매일매일이 고민스러운 나날들… 그냥 입으로 먹는게 아니라 누가 링거로 영양만 넣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하
그러다 어쩌다 먹고싶은게 생각났는데 밥이 아니라 과일이었다. 오렌지, 자두, 사과, 딸기!! 시큼새큼한게 당겼다. 시큼새큼한게 잘 들어가는구나 싶어 보니 비빔냉면, 비빔면도 먹어지고, 볶은김치도 먹어졌다. 남편이 가장 반가워하는 소리가 “나 뭐 먹고싶어”라는 말이랬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가서 오빠는 선생님께 영양있는걸 좀 챙겨주고 싶은데 먹지를 못해서 고민이다하며 내심 걱정을 비췄지만, 선생님은 명확한 답을 주셨다.
“지금은 먹고 싶다는거, 먹을 수 있는거 먹으면 됩니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소화가 안되는건지 울렁이는건지 밥을 먹고나면 뱃멀미를 하듯 속이 불편했다. 아주 어릴때 이후로 토를 한 적이 없는데 성인이 되어서 토를 한다는게 참… 불편한 경험이었다. 먹다말고 화장실로 가거나, 먹고 얼마후 화장실로 가거나 참 알수없는 컨디션이었다. 이게 다 낯설고 부끄럽고 그래서 화장실 문을 꼭 닫고 남편한테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기어코 들어와서 등을 두드려주고 괜찮다며 편해질 때까지 하라고 별일 아닌 듯 따뜻하게 이야기해줬다. 여전히 난 이 과정이 괜히 민망했다.
안 보여주고 싶은 모습인데…
비슷한 날들의 반복이었다. 끝을 알 순 없지만 괜찮아지겠지 하며 임신초기(~12주)를 보냈다. 입덧은 생각보다 꽤 오래갔고(~20주) 산부인과 선생님도 힘들면 입덧약을 처방해 줄 수 있다 하셔서 약을 한두 번은 먹었었다.
마음대로 음식을 먹질 못하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이렇게 컸었다니 새삼 느꼈다. 몸은 피곤하고 입맛은 없고 속은 울렁거리고! 잘 먹던 남편도 그 기간에는 덩달아 강제소식을 하게 되었다.
다음은, 냄새…! 임신하기 전에는 무던했던 냄새와 향기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모두 두통을 부르는 원인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향수 냄새가 견디기 어려웠다. 아빠 면도크림 향이라고 해야 할까… 그 특유의 솨~한 남자향수가 아주 멀리서부터 느껴지고 가까이 맡게되면 거부반응이 너무 심하게 일어났다(두통, 매스꺼움, 어지러움 등).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한 향수를 쓰는구나 생각하며 향을 피해 다니는 임산부가 되었다. 더운 여름날이지만 마스크는 필수였다. 그분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 내가 초예민해진 것뿐인데. 여러사람이 함께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같은 어려움이 있어서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독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머릿속엔 걱정이 많고
신체적으로도 불편한 증상도 많았던 나날들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유별난 사람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