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이 경이롭다

생명을 느끼며

by 유서아


첫 태동을 느낀날, 달력에 적어두었다.8월 21일! 18주

뾰로롱 하는게 내 장기들이 움직인 것 같기도 하고, 낭만이가 움직인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했을 때도 있지만 그날은 확실히 낭만이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37주 6일이다. 이제는 뾰로롱이 시절은 기억도 안날만큼 활기찬 발차기와 배가 울리는 딸꾹질 등을 시도 때도 없이 보여준다. 태동이 잘 느껴지는 어느 주차부터 내가 낭만이를 품고 있구나를 확실하게 느낀다. 그러면서 뭐랄까 보호본능이 깨어난다고 해야할까. 이동할 때 괜히 배를 감싸게 된다. 우리 낭만이 안전했으면 좋겠어서.


엄마, 아빠, 아버님, 어머님, 우리 언니를 만날 때마다 배 위에 손을 얹어보시라고 낭만이 이렇게 잘 논다고 괜히 뿌듯하게 말하곤 했다. 잘 논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라니!

톡톡, 툭툭, 꿈틀거림이 느껴질 때, 내가 마치 수족관 어항이 된 것 같았지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롭게 느껴졌다. 내가 생명을 품고 있는 거니까. 하나의 몸 두 개의 심장이라는 말이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 태동이 느껴지면 마치 이게 신호처럼 다가와서 꼭 답신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왼쪽 윗배를 뿍~하고 밀면 나도 왼손을 그곳에 가져가서 쓰다듬거나 장난스럽게 톡톡 치면서 “낭만이 오늘도 잘 놀고 있구나~ 발차기를 아주 힘있게 하네!” 라고 말을 걸어본다. 그러면 그 조그만 발이 쑥 들어간다. 이게 교감인가! 누워서 금방 30분, 1시간이 간다. 조그만 친구가 안에서 뭘 하고있는지 늘 궁금하다.


내가 필라테스를 할 때도, 병원에서 초음파를 볼 때도, 지하철에 앉아있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낭만이는 분주하다. 초반에는 어디가 불편해서 이렇게 움직이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잘 논다’고 생각하니 괜한 걱정하지 않고 귀엽게 보게 되었다. 물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엄청난 발차기에 ’아오~’소리가 절로 나는 일은 기본이다.


혼자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 나는 신앙이 있어 그런지 혼자 있어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뱃속에서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느껴서 같이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또 달랐다. 나는 혼자 있어 보여도 혼자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혼잣말이 좀 늘었다. “밥을 먹어볼까~” “오늘 하루도 정말 재밌었다 그렇지~” 등등


나중에 태어나서 낭만이의 발바닥 움직임을 눈으로 보는 순간이 온다면 웃음이 날 것 같다. 이렇게 꼬물거리고 있었구나 하면서!


누군가 출산 후에 임신기간 중에서 있었던 일중에 어떤게 제일 그리울 것 같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태동이라고 대답할거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품고, 자라게 했고, 태동은 그에 대한 선물같았다.


인간과 신의 영역 그 사이에 있는 것 같달까. 숨만 쉬어도 위대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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