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임산부
임신후기는 29주부터 출산직전까지다.
이제는 지하철 임산부석 앞에서 뱃지를 내밀지 않고 배만 보여도 앉을 수 있다. 내 키가 167이라 작진않고 낭만이가 딸이라 그런지 배가 엄청 나온 것 같지는 않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볼록 나온 내 배가 꽤 예뻐보인다.
임신 후기의 일정과 증상을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30주차 검진 때 나는 산부인과에서 백일해예방접종을 맞았고(엄마는 아기한테 항체를 줄 수 있다) 남편은 다른 병원에서 따로 맞았다. 새로운 증상으로는 몸이 조금 가렵고 소화가 잘 안 된다. 처방약을 받아오긴 했는데 보습크림과 섬유질섭취로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아무래도 약을 먹는 것, 바르는 것에 더 예민해진다. 몸은 미묘하게 무거워지고 움직임이 더뎌진다. 허리와 골반이 중기보다 더 불편하고 눕고 일어날 때 통증도 증가하는 것 같다. 막달에는 아기가 내려와 있는 게 느껴지고 동시에 화장실을 자주가게된다. 여러모로 낭만이가 방을 넓게 쓴다 하하! 마지막 몇 주는 배도 자주 뭉치고 숨도 쉽게 찬다.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는 37주부터는 외출을 하지 않고 집순이로 전향!
즐거운 일들로는 집에서 셀프만삭사진을 찍었다. 결혼할 때도 사진이 쑥스러워 간소한 스냅으로 한 우리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셀프촬영을 도전했다! D라인을 한껏 뽐내며 오빠와 즐겁게 2시간 정도 찍었다. 결과도 과정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분만병원을 대학병원으로 알아보고 난 후로 우리는 참 운이 좋고 감사한 부부라는 생각이 든다. 정상임신으로 대학병원 가는 게 설레고 즐겁고 안심되는 일이니까...
보통 3차 병원과 즐거움이란 감정은 공존할 수 없는데 말이다. 산부인과로 가는 길에 어린이병원, 암병원, 내과 등등 수많은 통로를 지나가면 휠체어를 타거나 배드에 실려가거나 다양한 광경을 본다. 그 사이에서 병원을 백화점처럼 웃으며 돌아다니는 나 스스로가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뭔가 즐겁거나 안심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무거운 마음도 올라오곤 했다. 결과적으론 감사함으로 마무리짓지만...
출산방법은 일찍이 선택제왕으로 정했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산모의견을 존중해주시는 것 같았다. 낭만이는 주차대비 조금 큰 편이고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서..!
수술날도(39주 0일) 받았고, 한 주 한 주 조금씩 볼록하게 올라오는 내 배를 관찰하며 지낸다. 친언니가 선물해 준 튼살크림도 잊지 않고 바른다. 덕분에 하나도 트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습관처럼 집에서나 밖에서나 배를 감싸거나 쓰다듬게 되었다. 처음엔 민망해했던 혼잣말도 이제 “낭만아~ ”하며 늘었다.
임산부인 내 모습이 참 좋다. 우리의 2세 계획은 1명이라 이 모든 에피소드와 감정이 그리울 것 같다.
임신후기로 들어서고 점점 수술일이 다가오니 그간 맘 졸였던 일들이 별일 아니었던 것처럼 기억된다. 초기에 조그만 출혈에도 산부인과로 달려갔었고, 태아보험 알아보느라 머리가 지끈하기도 했고, 기형아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했고, 임신성당뇨라고 했을 때 낙심했고, 거짓말처럼 한 주 한 주 나타나는 새로운 증상(입덧, 졸림, 피로감, 가려움, 허리골반손목통증, 변비 등)들에 컨디션이 오락가락하고, 태동이 줄었을 때 조마조마하는 등 그땐 엄청 골몰했던 하루하루였는데 지금은 그냥 지나간 일이 되었다.
낭만이를 곧 만난다는 기대감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