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dinaryjo Jul 11. 2021

랑종: 공포는 신념을 위협한다

줄곧 영화는 '믿음'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신념과 믿음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기에 믿음이란 삶 속에서 매번 위협받는 위태로운 존재다. 반면 공포와 불안은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떤 고고한 정신도 노력도 필요하지 않다. 심지어 일순간 찾아오는 공포에 대한 실감은 오랫동안 쌓아올린 신념과 믿음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비단 이것은 공포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포와 불안을 기반으로 한 현대혐오사회에 빗대서도 읽을 수 있다. 난민과 젠더, 타민족 대한 공포와 불안은 최근 대부분의 옳은 생각을 위협한다.

'피'는 자신에게 깃든 악령을 뱉어내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근친욕망과 생리혈은 전작 <곡성>에서도 볼 수 있는 장치다. 어찌저찌 엘렉트라 컴플렉스로 끼워 맞출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걸 전통에 대한 거부라고 읽고 싶다. 피라는 것은 동양에선 가문의 전통과 강한 결속력, 내력의 비유로 자주 쓰인다. (사용 예. 엄마: 암튼 간에 조씨 핏줄은 암튼 간에...)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거의 유일하게 젊은 세대인 밍은 그런 가문의 전통(빙의와 무당)을 부정하고 근친욕망의 금기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이런 식의 관점이다보니 나는 밍이 빙의 초기에 하혈을 하는 것이 빙의의 전조증상이 아니라 저항의 증거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도 보통의 인간이 그렇듯 저항을 해낼 수 있는 신념보다 공포에 사로잡히고 만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과 물량이 가족을 파괴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