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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jo Jan 15. 2021

살 수도 buy, 살 수도 live 없는 미래

미래를 살 수 없는 사람들

아마 같은 날이었을 거다.

나는 오전 유튜브에서 LG롤러블 TV를 보았다. 말그대로 패널이 도르르 말리고 펴지는 신문물이었다. 나는 친구와 티비가 개쩐다. 근데 가격이 더 개쩐다. 주고 받다 이렇게 말했다.


"드디어 미래가 왔다. 부자들에게만!"

롤러블 티비의 가격은 1억이다.


긴긴 퇴근 시간을 헤치고 식탁을 앉으니 뉴스가 나온다. 그날 뉴스는 전기 없는 마을을 소개했다. 뭐지 은유인가. 근데 진짜. 2020년에 휴대폰은 고사하고 전기도 안 터지는 마을이 있었다. 촛불로 밤을 밝히는 마을이 전국에 서너곳이나 있었다.


주말 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완독했다. 동명의 단편에는 남편과 아이를 a라는 행성에 두고도 행성에 가지 못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a행성의 노선을 폐기되었다. 워프가 가능해져 먼곳까지 갈 수 있는 시대지만, a행성은 워프할 수 있는 터널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노선을 폐기했다.


디스토피아적 SF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 나는 때로 구글과 일론머스크가 '와우 놀라운 과학세상'을 이뤄나가는게 놀라우면서도, 과학을 누릴 수 있는 권한과 능력으로 사회가 분리되는 상상을 해본다. 같은 공간, 같은 사회를 살지만 사람마다 누리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천지차이인 사회. 그리고 결국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배제되는 사회.


그래서 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겐 좋지만 내겐 롤러블 티비처럼 배가 아프기도 하다.

미래를 '살 수' 없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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