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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jo Jan 14. 2021

예쁘다, 강 건너 불구경

안전한 강자의 위치에서 응원하는 삶


1. 부모는 아이가 동성애를 차별하지 않길 바란다. 단, 분명한 이성애자로 자라서. 

2. 가난한 이들 편에 서 압제적인 자본에 맞서고 싶어한다. 단, 중상층의 위치에서.

3. 여성의 권리와 차별에 대한 투쟁을 응원한다. 단, 남자인 상태에서.


남을 위한 투쟁이란 무엇일까. 약자를 위한답시고 하는 말들이 정말로 그들을 위함이었을까. 나는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일 때, '둘 다 잘못이 있네', '이건 잘못했지만 분노할만 하네'하며 점잖을 뺀다. 합리적인 척 칼과 저울을 들고 사안을 판단한다.


삶의 투쟁인 그들의 감정은 여과되고 나는 그들의 삶을 이야깃거리로 읽는다. 합리성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세워 그들을 기만한다. 내 일이 되어도 그런 점잖음은 가능한가. 자녀교육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교육의 의미를 잃어버린 어느 부모처럼,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 스탠스를 갖추기 위해 약자의 의미를 잊어버렸다. 맨 처음, 제대로 된 '나'를 만들기 위해 던졌던 물음은 무엇이었나. 언젠가 부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 교양있는 삶을 살길 원한다.

단, 쉽고 안전한 강자의 위치에 가서 말이다.

참, 비열한 일이다. 



먼 곳에서 용감하기는 쉽다.
쉬울 뿐 아니라 매우 안전하다.
- 미국 원주민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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