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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jo Jan 13. 2021

어차피 안 될일 찾습니다

무책임한 실패를 거듭하기로 한 2021


2021년이다.

정리의 민족답게 '다사다난' 넣어가며 한 해를 정리하지만, 저저번주나 이번주나 달라진 게 무어가 있나. 쓸데없이 나이만 하나 더 먹었다. 


굳이 연초의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뻔뻔히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지지난 주의 괴로움을 깨끗이 잊고, 이루지 못할 계획을 세웠다. 이럴 때 보면, 몰랐던 나의 긍정적 면모를 발견한다.


초반 내용이 영 재미없어 이 단락까지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지만, 내 목표를 최초로 공개해보고자 한다. 올해 목표는 '소수자 되기'다. 들뢰즈가 제안한 방식인데, 감히 거칠게 요약하자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해보는 거다. 쉽지는 않다. 먼저 내가 벗어나야할 다수의 관념들을 파악하고, 시도해야한다. 목표 성공을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무책임한 실패를 거듭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건 나이가 들 수록 "이게 왜 안 돼?"라고 묻는 대신 "이건 안 되지 않을까?"하며 자체 검열하고 침묵하는 나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다.


이 목표가 달성될까. 절대 안 될 거다. (사실 달성의 문제가 아닌 목표이기도 하다)

나는 그저 이 문제에 대해 시도해보고 망해보고 고민해고픈 것 뿐이다. 이건 마치 독서와 같다. 예컨대, 내가 책을 1달에 1권 읽겠다는 목표는 껍데기일 뿐이다. 그저 읽은 책 숫자 +1은 공허한 만족이다. 책 속의 문장들을 뜯어보고 체화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목표보다 중요한 건 과정상에 나타나는 진득한 고민들이다.


2021년에는 진지한 시도, 진지한 실패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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