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dinaryjo Jul 31. 2023

그 새끼랑은 결이 맞지

걸음을 뗄떼마다 필요한 땅은 발 사이즈만한 280mm 남짓이다. 하지만

영화배우 “조인성” 어디서도 볼수 없는 진솔한 취중토크� with 모가디슈

https://youtu.be/dbdGoL69S48?t=475


얼마 전, 조인성이 친구관계에 대해 말하는 영상을 보았다. 결국은 만났을 때 편한 사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과 자주 만나게 된다는 그런 얘기였다. 공감한다. 친구 관계는 오래가기 참 어렵다. 보통은 상황 때문에 친해지고, 상황이 종료되면 멀어지기 마련이다. 조인성은 영상에서 "굳이 친한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나"라고 했지만, 나는 굳이 찾아보았다.


조인성의 말마따나, '편안함'은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편안함이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오나. 나는 대화에서 온다고 보며, 대화의 편안함은 '결'에서 온다. (여기서, '결이 맞다'라는 건 입장에 동의하는 수준을 말하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반박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태도, 상대의 생각과 감정에 대응하는 태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결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의 친구가 오래 가는 이유는, '결'이 만들어지는 시기를 함께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좀처럼'일 뿐이다. 사람은 변한다. 환경이 변하고, 취향이 변하고, 입장이 변한다. 생각이 변하고, 태도가 변하고, 결국 결도 변한다. 문제는 변화란 매 순간 일어나지만 사람은 그걸 인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는 매일 늙지만 매일 노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오랜만에 꺼내본 과거의 사진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 돌아보면 달라져 있는 관계를 발견한다.


즉, 오래가는 관계란 서로의 결에 영향을 주는 관계다. 생각의 변화를 자주 공유하는 관계다. 나는 나의 진솔한 생각을 자주 꺼내야하며, 남이 남의 생각을 자주 꺼낼 수 있도록 듣는 태도를 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러지 못해서 그런건지, 세상이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엔 죄다 주장과 취향이 널려있는 것과 달리 현실은 조용하다. 사람들이 반박이나 핀잔 같은 리액션으로 부터 오는 관계에 대한 피로함을 느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된 원인은 분명 '결 맞춤'의 과정을 어느 순간부터 무시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서로 관계하고 있는 친구들 중 어떤 사람은 애매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 맞춤을 하기엔 이미 늦은 건지, 아직 늦지 않은건지는 판단하긴 어렵다. 틀린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늦었어도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결맞춤을 시도하는 거고, 굳이 하지 않고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관계는 현재 결이 맞춰져 있는 관계다. 그 관계들은 소중히 다루고 지켜져야한다. 뭘 그딴 걸 신경 쓰면서 살어, '혼자도 편해'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말도 맞다. 다만, 나는 앞에 생략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가끔은 기댈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종종' 혼자일 때 편하다. 


사람이 걸음을 뗄떼마다 필요한 땅은 발 사이즈만한 280mm 남짓이다.

하지만, 그 만큼을 남기고 모두 낭떠러지로 만들면 걸을 수 없다. 


* 마지막 두 문장은 백무산의 <살아있는 길>의 구절을 조금 빌렸다. 


작가의 이전글 관계도 주식처럼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