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뉴노멀 시대

이러다간 방송에서 날씨예보처럼 살인예보도 해줘야할 판

칼부림이 뉴노멀이 됐다. 이러다간 방송에서 날씨예보처럼 살인예보도 해줘야할 판이다.

살인 예고를 한 사람이 모두 곧바로 실행에 옮기진 않겠지. 다만, 하나 터지니 여기저기서 연이어 터진다는 건, 그만큼 칼춤을 추고픈 인간이 세상에 만연하단 얘기로 들린다. 속 안에만 담아뒀던 "나만 하는 미친 생각인가" 라는 의문이, 실제 타인의 실행 사례를 보며 모종의 자신감, 확신으로 변한다. 발현에는 시간차만 있을 뿐이다.

칼부림은 그냥 미친놈의 일탈인가. 내가 볼 땐 그게 아니라 곪았던 사회문제가 터지는 방식이다. 그간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과 서로를 비교하는 미움, 차별, 무시 등등등의 에너지가 점차 커져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근데 이런 문제는 GDP 같은 수치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얼마나 어떻게 누적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개인 안에서 누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중엔 국가 차원의 문제로 가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그 고통은 개인이 부담했다. 곪은 고름은 아래로 흘렀고, 병은 나라 대신 개인이 앓았다. 병을 오래 앓아봐라. 대개 미치기 마련이다. 뿌리는 같은데 병이 체념으로 발현되면 자살로, 분노로 발현되면 살인으로 향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초기에 그게 병인지 뭔지 알기 어렵다는 거다. 증상(분노)은 분명히 몸으로 느끼는데, 이걸 어떻게 치료(해소)해야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 분노를 누구한테 호소해야하는지,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세상은 이딴 걸 생각하고 살기엔 너무나 먹고 살기 바쁘다. 정치로 풀자니 복잡하고,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운동으로 푸는 건 사치다.

커뮤니티에 들어가거나 친구들과 얘기해본다. 온통 누칼협 이론을 내세우며 "그게 니 선택의 결과지", "공부 안 해서 그런거지 뭐 어떡하냐", "누가 그렇게 살래?." 같은 얘기만 듣게된다. 나는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남들은 존나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같다. 나만 괴로운 것 같다. 처음엔 부자들, 그 다음엔 인스타에서 잘 노는 놈들, 그 다음엔 나보다 만원이라도 더 버는 놈들, 연애하는 놈들, 웃는 놈들,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분노의 대상은 많아진다. 어디로 풀어야 할지 모르던 분노의 방향은 결국 '나 말고 다'로 흐른다.

'저 놈이 걍 미친놈이다'하면서 개인 문제로 본다든가, 칼 소지를 막는다든가 하는 건 지엽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칼부림은 사라져도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다. 누르는 압력은 점점 심해지는데 구멍난 곳 메꾼다고 해결되나. 또 예측하지 못한 다른 방식으로 삐져나올 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앞으론 이런 사건이 줄어들 것 같단 생각이 전~~혀 안 든단 얘기다.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