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들의 향을 훔친 적 있나요
"보육 시설에서 자립금 500만원을 받아 나온 아이들이 명품가방을 사는 이유는, 가난이 가장 쉽게 감출 수 있는 것이라 그런 것 아닐까요"
가진자들이 풍기는 향이 있다. 향은 말로 설명하기엔 참 어렵다. 그래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언어 체계 안에 포섭하려고 한다. 위스키 노트에 블랙커런트니 초콜릿이니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종종 "블랙커런트가 뭔데? 이게 뭐가 초콜렛이라는거야?"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언어로는 포섭되지 않는 영역은 포섭된 영역보다 넓게 존재한다.
'____하면, 무시하는 거야, 예의에 어긋나는 거야'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나쁜 행동들이 있다. 자칫하면 SNS에 올라 뭇매를 맞는 행동들. 그런걸 자행하는 멍청한 사람은 세상에 잘 없다. 그런걸 안 한다고 세상에 무시와 비존중이 사라질리 없는 것처럼, 미묘하고 교묘한 술수는 도처에 존재한다.
가진자들은 언어화 되지 않은 영역에서 놀며 나쁜 냄새인지 좋은 향기인지 모를 향을 풍긴다. 그리고 그 향을 맡는 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좋다가 불편하다. 부럽다가 싫다. 그들이 일부러 향을 내뿜는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향은 자연스럽게 퍼지는 체득된 아비투스가 아니다. 그들이 그들보다 못한 이들을 초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비슷한 향에 무감각해진 나머지, 다른 향이 나는 인간을 데려와 그들의 향이 좋다는 걸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새어나오는 눈빛과 행동, 말으로부터 우월감을 읽어내려 시도한다. 그들의 향이 나는 물건으로 가득한 '홈'에서 이뤄지는 '파티'는 본인들의 향을 시향하기에 그 어느곳보다 훌륭한 장소가 될 것이다. 그 향은 종종 나를 정신 못차리고 비틀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섬뜩한 반추는 이거다.
"나는 그들에게 훔친 향을 어디선가 뿌리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