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앞두고 있다. 최근 나에게 있는 변화 중의 하나는 내가 가진 확신보다 확신을 한 스푼 더해 상대방과 대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화를 하기 전에는 내가 배운 것을 겸손한 마음으로 공유하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대화가 끝나고 나면 마음은 무거워진다. 뱉은 말들을 곱씹는다.
듣는 사람이 내가 말한 대로 선택할까봐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한 스푼의 확신이 내 확신이 아니라 다른 어떤 외적 요인(상대방을 내 이해관계에 부합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은 마음 또는 내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고 싶은 마음)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제 경험으로는” “제 생각에는” 을 붙이는 것은 내 어조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가장 대표적 방법이다. 그러나 단서조항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내 확신이 덜어지지 않는다. 작은 왕십리 원룸에 무거운 마음까지 들고 오면, 잠잘 곳이 없다.
내가 조언을 구하러 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매우 담백하며, 내가 아주 비뚤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내가 고민하는 것은 고민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들의 생각이 틀릴 수 있고, 바뀔 수 있다는 것에 깊이 확신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확신만큼만 이야기하고,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만 이야기하는 연습이 앞으로 많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