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그런 체 하는 것일 뿐, 매번 놀라고, 당황스럽고, 속상하다.
끼니를 거르고 일했다는 말을 들은 아빠는
놓친 끼니는 평생 못 챙겨 먹으니, 잘 챙겨 먹으라고 말했다.
내가 그런 끼니를 놓친 거구나! 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어린아이로 분류되지 않는 시점부터
대면하는 사람과 사건을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매일 놀람과 충격 가운데 망연자실한 상태에 놓여 있게 되어
그 어떤 것도 생산해 낼 시간과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본질적으로 노력을 하는 이유는 내가 지나온 시간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놀라고, 매우 당황스럽고, 매우 속상해도
이런 일에 무뎌진 사람처럼 능청스레 마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런 체 하는 것일 뿐, 매번 놀라고, 당황스럽고, 속상하다.
21일의 점심이 평생 다시 돌아오지 않는 끼니인 것처럼,
오늘의 그 사람, 오늘의 그 사건은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사한 무늬의 일을 겪었다고 능숙해지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신에게 간구하는 내용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이것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한 번뿐인 것들에 무너지는 나를 잘 추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