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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kim Apr 27. 2021

성차별 해소의 시작과 끝

82년생 김지영 소설과 영화가 나왔을 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는 목소리, 과대 해석되어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과대 해석되어 있다는 목소리가 가리키는 방향은 슬픔이었다. (현실은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다의 목소리이므로 소설과 영화가 매우 슬프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성적으로 이해는 하고 싶지만,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간접화법으로만 작품을 접했다. 개발도상국의 굶주린 아이가 나오는 영상을 길게 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비슷하다.


내가 머물렀던 기숙사에는 신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사감 목사님께서 어느 주일 설교 시간에 나 하나 깨우치려고 성경 읽는 것이라고 당부하셨다.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할 미래의 사역자들에게 너 하나 깨우치라고... 하지만 나 하나 깨우치라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 갇힌 말이 아니다. 세상이 변화되는 것의 시작이자 끝이 나 하나 깨우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을 내어 놓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이들 덕분에 미약하게나마 성차별도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 대부분의 남자는 결혼, 출산으로 인한 커리어의 변화가 크지 않는 대신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다. 대부분의 여자는 결혼, 출산으로 지역이나 직장을 옮기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성별에 따라 나눠지는 지나치게 좁은 길은 넓혀져야 한다. 


객관적인 현실이 개선되어야 함과 동시에 나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여성들을 개별적인 존재로, 또 독립적인 존재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력단절여성으로 카테고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배경과 이유에 의한 결정인지 살펴보고, 사회에서 가한 힘도 있겠지만 그 힘 안에서도 그 사람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영역이 있다는 생각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남자가 여자를 따라 사는 곳을 옮기는 것과 여자가 남자를 따라 사는 곳을 옮기는 것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전자만 선택한 사람과 사랑에 책임지기 위해 용기를 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뿌리 깊은 병폐고, 이 병폐는 내 안에 있고, 사회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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