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즐겨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히지는 않으면서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괴로운 토요일이었다.
지하철에서 내 앞에 앉아 있는 엄마와 아기의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한 모습을 보는 짧은 시간 동안 그 괴로움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살 것 같은 시간이었고, 내 얼굴에는 미소가 퍼져 갔다.
그렇게 그분의 세상에 동화되어 가고 있는 순간 그분의 안경에 다리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그 모양이었던 양 안경과 그분은 너무 자연스럽고, 완전해 보였다.삐뚤어진 안경알과 날카로운 끝이 처음부터 이 모양은 아니었다고 겨우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그분을 응시했고, 내 시선이 불편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안경에서 황급히 시선을 내리자 아기 띠가 보였고, 아기 띠에는 오래되보이는 얼룩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기띠 전체적으로 색이 바래져있었다. 얼룩은 작은 문제 같았다.
더 많은 것을 발견할까 싶어 빠르게 그분의 세상에서 빠져나왔고, 그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에서 내렸다.
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즐겨하는 사람이고,
그분은 나처럼 덜렁대고, 물건을 잘 바꾸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