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근로 시간 파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다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혁신하고자 할 때, 우리가 지식노동자라는 것을 강조할 때,
유연근무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주요 핵심은 더 이상 포드사의 공장으로 유명한 테일러리즘으로 표명되는 경영학자, 테일러의 방식대로 생산 능력을 계산할 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X시간 당 표준 또는 최대 생산량으로 단순 계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부분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아래의 두 가지 사항이 마음에 불편함을 준다
첫 번째는 과연 컨베이어 벨트에는 테일러의 생산성 계산식이 그대로 적용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공장에서 또한 사람을 쥐어짠다고, 쥐어짠 대로 나오는 게 아닌데 우리는 너무 쉽게 공장노동자를 일반 노동자와 구분한다. 공장 자동화라면 모르겠지만, 노동자가 일하는 한 노동시간과 생산성이 단순 비례 관계인 것은 아니다.
공장노동자는 단순 반복 업무를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오피스 노동자들의 업무 상당 부분도 매뉴얼을 따라 진행하는 단순 반복 업무일 때가 많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도 생산성 증가, 제품 오차율 저감과 같이 단순 반복 업무의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업무 또한 수행하게 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공장 노동자들이 사지에 내몰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애플 하청기업인 폭스콘 공장 3곳에서 주당 76시간(하루 기준 15시간)을 넘기는 근무가 이뤄지고, 때때로 주 7일 근로자가 일하다가 10여 명의 노동자가 자살하여 조사 대상이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공장 노동자들을 단순 자원으로만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근로 조건 개선과 같은 이유로 파업을 할 경우, 공장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세아상역 베트남에 있는 공장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6천 명이 사흘간 파업했고, 이때에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엄청났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공장 노동자를 지식 노동자와 쉽게 구분해 내는 일, 공장 노동자의 생산성을 시간과 단순 비례 관계라고 추정하는 일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위의 문장에서 9시 출근, 6시 퇴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근로 현장에 적용되는 것은 단축 근무가 아닌 초과 근무가 당연해지는 모습이다.
만약,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면, 때로는 9시 출근, 1시 퇴근도 가능한 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단축 근무가 이사, C-LEVEL(CEO, CFO 등)에서는 적용되는 회사들이 많으나 중요한 것은 소수의 구성원에게만 적용되고, 동일한 문장이 일반 사원들에게는 초과 근무로 이어진다.
하루 8시간 근로에도 끝나지 않는 업무량이 있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외침은 공허하게 사무실을 울릴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는 수준은 근로시간은 동일하면서, 출근 시간만 조정하거나 업무를 해당 시간에 재택 해서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자기계발 시간이나 1시간이 넘는 점심시간을 주는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만약 업무의 절대량이 많아 야근을 초래하게 된다면, 이것은 고정 근무 시간에서 벗어난 유연 근무제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약하자면, 연봉 계약서를 쓸 때 이와 같은 말을 하면,
야근 수당을 정직하게 안 주기 위한 실드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적어도 야근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의사는 분명히 들어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차라리 9시 출근, 6시 퇴근과 같은 시간에 비례한 생산성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생산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들릴 때가 있다.
참고 : 다시쓰는 경영학(최동석)
: 공정위원장의 스티브잡스 찬가. 20170927. 아시아경제
: 세아상역 베트남 공장서 근로자 4000여명 사흘째 파업. 20170908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