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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kim Oct 23. 2017

사람들의 입을 여는 방법,
실수를 허하라

조직의 소통문제를 권한위임의 관점으로 바라보다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워크숍에 참여했었다.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적으라고 했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게도 가장 많은 답변으로 나온 것이 '소통'에 관련된 이슈들이었다. 

"회의시간에 말하는 사람만 말한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문제에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들도 
기껏 해봐야 경청하는 문화 만들기, 모두가 말할 수 있도록 회의 규칙 정하기 등이다. 
이러한 캠페인이나 이벤트들은 하루 정도의 효과를 나타낼 뿐이다.  

나는 오늘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한 가지를 나누려고 한다.  
사람들이 말을 안 하는 이유를 질문 하는 것과 의견을 주장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한국 문화 혹은 한국 교육 탓을 할 수도 있지만, 면접 때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해 입사한 사람들이 말수를 점점 잃어가는 것을 보면 그 이유로 뒤집어씌울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을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는 것은 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특히, 리더가 답을 맞히라는 형식으로 소통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통을 이끌어 갈 때, 사람들은 입을 닫고, 최대한 빨리 결정이 나기만을 기다린다.  

물론 직원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의견이 100% 반영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소통 과정에서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느낌을 받아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벽은 말을 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신기한 힘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리더는 왜 이미 '정답'을 가지고, 소통에 임할까. 
표현 그대로 자신이 '정답' 또는 '정답'에 가장 근접한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성원들에게 권한 위임은 하지 않으면서, 의견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는 우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권한 위임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들은 대체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성공 경험이 있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치아가 잘 안 닦일까 두려워 아이들을 계속 칫솔질해주면, 
지금은 충치가 없더라 하더라도 절대 칫솔질을 배울 수 없다. 
믿음직스럽지 못하더라도 칫솔을 건네주고, 스스로 닦게 하고,  
잘 안 닦여서 충치가 생겨 치과 치료까지 받아봐야 
어떻게 닦아야 할지, 왜 닦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건강한 치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자신보다 역량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특히 구성원의 결정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자면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실수하지 않고, 성장할 수는 없다.  
IBM 연구소가 64개국 1,700여 명의 경영진 대상 연구에서 제시했듯이  
장기적인 기업성과를 만들어 내는 3대 요소 중의 하나가 직원들에 대한 권한 위임이다. (IBM Institute, 2012) 

권한 위임을 하지 않으면, 실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자신과 동등한 역량과 경험을 가진 동료를 가질 수 없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조직 내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로 선정되는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2007년 브랜드 평가 1위에서, 10년이 지난 올해 27위로 추락하여  
위기를 맞고 있는 코카콜라 회사의 CEO, 제임스 퀸시가 던진 메시지가 이를 다시 강조한다.  
"우리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실패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보다 못한 직원의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지름길이 아닌 먼 길로 돌아가는 직원을 때론 지켜봐 주는 것,  
이것이 직원들의 입을 여는 방법이 될지 모른다. 

참고자료
- 성장 목마른 코카콜라 보신주의와의 전쟁, 한국경제, 2017.05.11
- 권한위임의 정석, SERI 경영노트,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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