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버스 기사가 된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차멀미를 하는 내가 버스 기사를 해보겠다고 한 날,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봤던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실 지금도 차가 막혀 급정거를 자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멀미를 한다.
나도 내켰던 직업은 아니지만 비오거나 눈이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내 버스를 뚫어지도록 쳐다보며 발을 구르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치 슈퍼히어로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느끼곤 한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사명감이라고 포장할 지 모르지만, 사실은 철저한 우월감이다.
버스 기사로서 나의 특징 중의 하나는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그것은 라디오에서 버스 기사가 밝은 인사를 건네주는 것이 감동적이었다는 사연을 듣고 나서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어느새 습관처럼 하고 있긴 하지만, 내 버스를 탄 승객 중 하나가 버스에 비치되어 있는 엽서에 친절 기사로 나를 적어내는 날을 꿈꾸지 않은 날은 없다. 그렇게 되면 회사에서 친절기사로 뽑혀 보너스가 나온다던데 . . .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엽서를 볼 때면, 이 시대에 엽서를 버스에 배치하고, 적어 내라는 것이 멍청하게 느껴져 분할 때가 있다. 인터넷으로 작성하는 것이었다면, 나는 진작 친절기사로 뽑혔을 것이다.
별다를 게 없는 내 일상에 즐거움이 하나 있다면, 나와 같은 8번 버스를 운전하는 화난 황씨를 보는 것이다. 저 멀리서도 그의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늘은 택시 한 대가 끼어들었다며, 버스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욕을 쉬지 않고 뱉어냈다. 하루도 빠짐없이 화가 난 황씨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새어나기도 하고 나라도 공해를 줄이기 위해 화를 덜 내게 된다.
황씨는 승객들에게도 화를 내는 데에 거침이 없다. 조금만 늦게 타거나 내려도 소리를 내지르는 데, 나이 드신 어르신도 피해 가지 못한다. 내가 처음 출근한 날, 버스 노선을 익히기 위해 그의 버스를 타 직접 그 참혹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운전한 덕에 그는 버스 종점에 도착하는 시간을 한번도 어긴적이 없다.
그에 반면, 나는 그 시각을 지켜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