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살, 두 번째 도전에 3400km 하이킹에 성공한 엠마 게이트우드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는 1955년, 약 3400km 길이의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 '엠마 게이트우드'에 관한 책입니다.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만큼 또 놀라운 부분은 엠마가 무려 67살의 나이에 이런 도전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등산이 취미도 아니었고 전문 장비도 하나 없이요. 이때까지 그냥 평범한 할머니였던 엠마는 이후 애팔래치아 트래일을 두 번 더 완주해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3번 왕복한 최초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게이트우드 할머니로 불리며 걷기의 아이콘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AT라고도 불리는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은 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과 함께 미국 3대 하이킹 코스로 꼽힙니다. 동부에 위치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조지아주의 스프링거 마운틴에서 시작해 메인 주의 카타딘 마운틴에서 끝나며 그 길이는 무려 3,540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하이킹 전용 트레일입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조지아주, 노스 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 버지니아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 뉴저지주, 뉴욕주, 코네티컷주를 통과합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 보존협회는 연간 트레일 방문자는 약 300만명, 트레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려는 시도는 약 3,000회, 그리고 이중 약 25%만이 완주에 성공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엠마 게이트우드는 1887년 태어나 1907년, 19살에 결혼하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가정 폭력을 일삼았고, 1924년에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때릴 때면 엠마는 숲으로 도망쳤습니다. 숲은 그녀가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1939년 남편에게 맞아 치아와 갈비뼈가 부러진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고, 1941년 마침내 이혼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이때는 미국에서도 이혼이 어렵던 시기라 그녀는 남편의 "정신병원에 가두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고 전해집니다.
1951년, 엠마가 63살이 되어서야 마침내 그녀의 아홉 자녀가 모두 독립하였습니다.
1950년대 초, 엠마는 누군가 버린 1949년 8월호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읽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는 순식간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녀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1954년 7월, 엠마는 66세의 나이로 처음 트레일 완주에 도전했습니다. 메인 주 카타딘 산에서 남쪽으로 하이킹을 시작했으나 며칠 뒤 길을 잃고, 음식이 떨어지고, 안경마저 깨집니다. 그녀를 발견한 관리인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녀를 설득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첫 시도는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엠마는 자신의 첫 도전과 실패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묵묵히 두 번째 도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해요. 숲 속에서 별의별 걸 다 보며 살았는데 그중에서 할머니가 가장 이상해요 (본문 중)"
이듬해 67세의 엠마는 산책을 하러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조지아의 오글소프 산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1955년 5월 3일 시작된 그녀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완주 재도전은 146일 후인 9월 25일 카타딘 산에서 마침내 성공으로 끝났습니다.
엠마에겐 전문 등산 장비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텐트도 없이 나뭇잎 더미나 바위 위에서 잤고, 배낭도 없이 한쪽 어깨에 봇짐을 지고 다녔습니다. 평상복 차림에 제대로 된 장비도 하나 없었기에 아무도 그녀가 트레일을 완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해냈습니다.
"이 기사는 엠마의 굳은 결심과 하루 27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흐리거나 맑거나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맑은 날은 걷기가 더 쉬웠지만. (본문 중)"
67세의 엠마 할머니가 약 150일 동안 3400km를 걸을 수 있던 비결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났고, 길이 막혀 있으면 돌아갔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는 도착!
이후 그녀는 3500km의 오리건 트레일 완주에도 성공하는 등 85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총 23,000km 거리의 산길을 걸었습니다. 이는 지구 둘레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거리라고 합니다.
"엠마는 사람들에게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소개했으며 한 번에 완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번드르르한 장비와 안내 책자를 챙기거나 따로 훈련을 하지도 않고 젊은이나 갖추었을 법한 체력이 없어도 말이다. 그저 한 발을 먼저 내딛고 그다음에 다른 발을 내디디면 된다. 500만 번 정도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p401"
처음부터 3400km를 걷겠다, 23,000km를 걷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하면 그 꿈에 압도되어 오히려 시작할 엄두가 안 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매일, 멈추지 않고 걷는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도착할 겁니다. 조금씩 매일 꾸준히 성취하는 비법을 직접 보여준 엠마 할머니처럼요.
이상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준 엠마 게이트우드에 관한 책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소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