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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법대로 한다 Sep 04. 2022

헤어짐의 때가 있다면

내가 바람피는 거 애인한테 들키기 VS 애인이 바람피는 거 목격하기


애인이 바람피는 걸 내가 목격하는 게 열 배 낫다. 헤어지는 마당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 주는 건 제일 못 할 짓이니깐.


태생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내가 차이면 차였지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일이 너무 고되다. 그래서 난 오늘도 고민 중이다.


사람이 열 가지가 다 맞을 수는 없겠지만, 연애 중 도저히 맞춰갈 수 없는 가치관이나 성격 차이를 발견했을 때 절망한다.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일단은 회피한다. 시간이 흐르면 이 간극이 좀 더 줄어들길 바라며.


그렇게 회피하던 문제들이 줄어들긴커녕 점점 커지고, 수많은 다툼 끝에 결국 난 오늘도 입을 다문다. 어차피 싸워봐야 타협이 안 될 걸 알기에.


입을 다물고 조금씩 이별을 준비한다. 이별을 준비하면서 나를 대하는 당신의 눈빛, 우리의 기록을 하나라도 더 남기려는 당신의 모습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서 우리의 문제가 눈 녹듯이 사라지게 해 주세요. 제발 제가 그에게 상처 주지 않게 해 주세요


나이가 있으니 하루라도 빠른 이별이 그의 인생에도 도움이 된 다는 것도 안다. 당장은 나도 그도 힘들겠지만 또 어떻게든 살아가진 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이는 건 그가 받는 타격이 최대한 적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지금 힘든 그가 일이 더 잘 풀렸을 때 이별하고 싶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을 그가 인생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편할 수 있다면 날 평생 나쁜 년으로 욕하고 살아도 괜찮다. 그저 그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건네야 할 이별의 인사가 너무나 괴롭다


물론 나도 만나면서 상처를 받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꽂는 상처가 제일 오래가는 법이니깐. 그런 타이밍이 제발 오지 않길 바라지만.


서글픈 사실은 난 노력할 만큼 했다는 거.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게 먹먹하다. 이 장대 같은 비에 우리의 문제가 눈 녹듯 사라지길. 혹은 그가 이 비에 날 씻어내길 바래본다. 이기적인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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