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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법대로 한다 Mar 02. 2020

애정의 척도는 연락이 아닌 키스다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평균치에 달하는 연애와 썸을 타면서, 항상 신경 쓰던 게 있다. 바로 상대방의 마음, 이 놈이 지금 처음과 같은지, 달라진 건지 매번 촉을 세우고 살았다. 참 피곤하게, 먼저 버려질까 두려웠고, 나에게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단 핑계로 상대방을 살피고 또 살폈다.    

 

오랜 관찰일기 속에 나름 터득한 팁이 있는데, 대체로 많은 여자들이 연락의 횟수를 애정의 반증이라 생각한다. 초반에는 하루 종일 카톡 하던 놈이, 지금은 하루에 한통 카톡이 겨우 온다면 이건 분명히 변심이었다. 나도 20대 땐 그랬다.     


그런데 이 연락이란 것이 나이가 드니 좀 달라진다. 예전에 언니들이 한 말이 있다. 30대 되면 남자들 그렇게 연락 안 해. 물론 이건 케바케의 경우긴 한데, 일단 여자인 나도 그렇게 연락에 연연하지 않고, 연락 때문에 서운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하루 종일 카톡 하는 놈은 너무 부담스럽고, 뭐하는 놈인가 싶다.     


30대에 접어들면 회사에서 한참 일 할 나이다. 신입 때는 선배들 회의 들어갔을 때 카톡이라도 보낼 짬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온갖 회의에 불려 다닌다. 신입을 벗어났지만, 회사가 영원히 날 품어주지 않는다는 걸 아는 연차. 그래서 회사에서 생존하고 퇴근해선 노후 준비하느라 바쁘다.     


나도 어느 순간 매일 연락하는 거보다 주에 한두 번 만나 맥주 한잔 시원하게 하고 헤어지는 데이트가 더 간편하고 좋다. 이 남자와 결혼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혹은 결혼해도 앞으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내 일, 내 시간이 더 소중하다.     


이토록 쿨한 30대의 연애는 상대방이 뭔 짓을 해도 대부분 서운하지 않지만, 딱 하나 키스를 안 하면 난 좀 허하다. 1년 만난 남자 친구랑 권태기가 왔었다.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영화 보고, 밥을 먹고, 시간 되면 의무적으로 카톡을 보냈다. 오히려 연락은 더 잘했다. 마음이 식은 게 들키지 않으려고, 카톡 보내긴 상당히 쉬웠다. 마치 섭외처 관리하듯, 스팸 문자처럼 아침 카톡, 점심 카톡, 저녁 카톡, 비타민 챙겨 먹을 때마다 하나씩 보내주면 됐다.    


잠자리도 별문제 없이 했다. 아니 더 열심히 했다. 스킨십을 좀 더 하면 식은 내 마음도 돌아올까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 이게 권태기 커플의 최고난도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키스였다. 잠자리도 했는데 키스가 뭐 어때서?란 생각에 자연스레 키스를 받아들이려 했는데, 그의 눈을 본 순간 밀쳐냈다.     


드라마에서 잠자리는 짧게 생략하거나 혹은 굉장히 격정적이다,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 하지만 키스신은 어떠한가, 서로 몽글몽글한 눈빛이 오고 가야 하고, 타이밍을 재야 하고, 간질간질한 마음이 절정일 때 이뤄진다. 키스는 상대방의 심장소리, 느낌, 스치는 찰나의 표정까지 가장 빨리 읽을 수 있는 스킨십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설렐 때 했던 첫 스킨십이라서, 그 후에도 키스할 땐 계속 설레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난 남자 친구와 키스를 실패하고 결별했다. 근데 돌이켜보니 이건 나만의 증상은 아닌 듯하다. 내가 먼저 차였던 사례를 살펴보면, 그놈들 대부분 연락도 성실히 했고, 데이트도 나머지 스킨십도 다정하게 했다. 근데 딱 하나, 결별 한 달 전부터 키스는 시도하지 않더라. 그들도 식어가는 마음을 들킬까 두려웠나 보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키스한 지 오래됐네라고 절망한다면 오늘 해 보자. 아직 불씨가 남아있다면 키스만큼 예전의 긴장감을 불러올 좋은 도구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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