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쉬어가기

지각하면 Good, 결석하면 Best

죄책감 없이 쉬어 봐요

by 소감

타지 생활 3년 차. 입사 3년 차. 사회초년생 티를 갓 벗어나고 자취와 회사 생활의 흐름이 몸에 익었다. 지금 회사를 더 다니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도 괜찮은 반면, 직업을 다른 방향으로 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도 좋은 시기였다. 고민에 빠지기 좋은 때였다.


나는 출퇴근 버스에 오르면 한참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출근하면 바로 일에 몰두하고, 퇴근하면 대충 끼니를 때우고 침대 위로 푹 쓰러져 유튜브를 보았다. 그래도 잠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끝이 없는 고민 때문에 잠에 빠지는 시간은 점점 오래 걸렸고 급기야 너무 졸려서 졸도할 때까지 계속 고민을 했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주말에는 쉬지도 못했다. 늘 쉴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다. 편히 못 쉬었다. 어설프게 쉬고 자책했다. ‘이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데 괜히 쉬었다. 너무 늘어져있었다. 시간 아깝다.’ 나는 쉬면서 늘 그런 말을 했다. 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 쉼인지 알지 못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 갔다.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계속 생각만 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뱃속이 화끈거리고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여러 개 더 터지니 내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나중엔 내 방에서 목매단 여자의 형상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자 살고 싶어 정신과에 갔다.


홧병이에요.
이번 주는 죄책감 없이 쉴게요.


선생님은 내게 잠들기 전 약을 먹으면 바로 잠이 쏟아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끊길거라고 했다. 당시 회사에서 겪은 고민들, 인간관계의 답답함,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하나로 뭉쳐서 잠을 방해하는 홧병이 되었다고 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곧 쉬고 싶다는 말이에요.” 선생님이 그 한 문장으로 내 마음을 읽어주니 속이 시원했다.


맞아요. 저 사실 쉬고 싶어요.


선생님이 ‘이번 주는 죄책감 없이 쉴게요. 회사에 삼 년 개근하셨다고 했죠? 지금 상태에선 회사에 지각하면 Good, 결석하면 Best 예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 내 세상에 사전 통보 없이 결석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그러면 집에서 쉴 때 죄책감이라도 없이 쉬라고 했다.



그 날 집에 와서 따뜻한 샤워를 하고 약을 먹고 누웠다. 무거운 졸음이 두꺼운 이불처럼 묵직하게 나를 짓눌렀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걱정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묵직했다. 그렇게 바로 잠이 들었다. 쉬면서 죄책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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