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톡식 컬처

톡식 컬처의 여러 유형들

우리가 조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톡식 컬처들

by Jay

2018년은 항공산업, 특히 안전과 품질의 대명사로 불려 왔던 미국의 보잉(Boeing)에게는 아마도 가장 치욕적인 한 해였을 것입니다.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는 항공기, 그것도 새로운 모델로 출시되었던 737 맥스 항공기가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10월 29일에 인도네시아의 라이언 에어(Lion Air) 610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륙한 지 불과 13분 만에 추락해서 탑승자 전원인 18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슬픔과 충격을 추스르기도 잠시였을 뿐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불과 5개월여 만인 2019년 3월 10일에는 같은 737 맥스 기종의 에티오피안 에어라인(Ethiopian Airlines) 302편이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서 이륙 후 6분 만에 추락해서 157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다시 한번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사고가 난 직후 뉴스 미디어에서는 주로 조종사의 실수나 조종 미숙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을 뿐 그 당시에는 누구도 항공기 자체의 결함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기종에서 다시 한번 더 사고가 나면서 항공기의 설계 결함이 의심되기 시작했고 미 의회의 조사결과 그것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보잉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미국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은 보잉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737의 최신 버전으로 연료 효율성을 개선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 모델은 당시 보잉의 가장 큰 경쟁자이면서 보잉을 경쟁에서 추월하기 시작했던 에어버스(Airbus)가 연료의 효율성을 높인 신제품 모델인 A320 네오를 먼저 시장에 출시하면서 보잉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기종입니다. 하지만 당시 보잉은 기존 모델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여유도 없었고 그럴 계획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737 모델에 연료 효율성을 높인 엔진을 장착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60년대에 설계된 737 모델에 이전보다 더 크고 무게가 더 나가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게 되면서 설계상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항공기의 무게 중심 변화로 인해 안정성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에 MCAS(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 조종특성향상시스템)라는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MCAS는 비행 중 항공기의 기울기를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이전보다 무거워진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야기되는 양력의 변화로 비행 중 항공기의 후미가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센서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꼬리날개를 움직여 기수를 내려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종석 옆쪽에 설치된 센서가 날아가는 새 등에 부딪혀서 파손되거나 센서상의 오류가 발생하면 MCAS가 과도하게 작동해서 비행기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보잉은 MCAS가 작동할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추는 기능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특성이 있었는데 재교육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조종사가 이를 수동으로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훈련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제목 없음.jpg MCAS의 작동 원리 (출처 : Pilot Who Ask Why)

“보잉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If it ain't Boeing, I ain't going)”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안전과 품질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보잉이 이렇게 한순간에 갑자기 추락하게 된 데에는 중요한 배경이 있습니다. 보잉은 1997년 맥도널 더글라스(McDonnell Douglas)와 합병하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순위가 되는 엔지니어링 중심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합병 이후 보잉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된 것입니다. 마치 티브이나 냉장고를 판매하는 일반적인 소비재 회사처럼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안전과 품질을 뒤로하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수익성에만 최우선으로 집중하는 회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합병된 회사에서 새롭게 경영진의 주요 보직을 장악해 버린 맥도널 더글라스 출신의 임원들은 안전과 품질보다는 효율과 속도를 가장 중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잉의 737 MAX 개발 당시 개발팀과 엔지니어들에게는 품질과 안전성보다는 출시 일정과 제작 단가 절감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당시 보잉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해고했기 때문에 기존 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항공기를 제작해야 했고 제작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품질 관리자의 품질 검사를 건너뛰기까지 했습니다. 보잉의 엔지니어들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안전과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품질 문제를 제기하면 자신들의 고용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두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실제로 보잉의 품질 관리자였던 존 바넷(John Barnett)은 737 MAX 항공기 생산 과정에서 안전 문제와 품질 결함을 내부적으로 제기했다가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시 완성된 항공기 내부에 설계도면이나 부품, 제작 시 사용했던 사다리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직원들의 증언은 직원들이 품질과 안전에 대해 불감증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몰입 수준이나 사기도 매우 낮았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추락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2014년에 알자지라(Al Jazeera) 방송국이 보잉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 내부를 잠입취재한 영상을 보면 이 공장의 근로자들이 자신들이 직접 조립하고 있는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 항공기에는 절대 타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품질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았습니다. 당시 787은 드림라이너가 아니라 나이트메어 라이너(nightmare liner)라는 끔찍한 별명을 얻을 정도로 품질에서 악명이 높기도 했습니다.


한편, 737 맥스 항공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는 MCAS라는 새로운 시스템 자체의 문제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조종사의 훈련 부족, 그리고 보잉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은폐한 사실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보잉의 내부에서 직원들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았고 심리적 안전감이 낮았다는 점은 이러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MCAS라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바로 조직문화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보잉은 당시 내부 의사소통 문제가 심각했는데 특히 현장 엔지니어와 경영진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MCAS 시스템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회사 내에서 충분히 제기되거나 공유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보고하는 것이 자신의 고용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당하거나 자신의 지위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중요한 결함이나 문제를 제보하는 것이 당시에는 두려운 분위기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의 끔찍한 추락사고를 겪은 이후 현재의 보잉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이후에도 보잉이 생산한 비행기는 비행 중에 여객기의 벽체가 떨어져 나가거나 이륙하려고 달리던 여객기의 랜딩 기어 부품이 떨어지고 이륙 중인 여객기의 엔진 덮개가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사고들은 바로 과거가 아니라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2017년에 신제품인 737 맥스가 출시되고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던 당시 500달러도 부족할 것이라던 주가는 2025년 4월 현재 160달러 정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막대한 벌금과 소송비용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비용부담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보잉은 품질도 안전도, 그리고 그렇게 추구하던 돈도 모두 잃은 모앙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보잉사고.jfif 2024년 비행 중 비상구가 떨어져 나간 알래스카 항공 여객기


보잉의 사례는 성공기업이 어떻게 조직문화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주의 이익이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에 성과나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독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수준이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보잉에서는 수익성과 비용이 중시되는 성과 압박의 문화가 너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는 엔지니어링 문화를 약화시키는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이를 대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단기적인 수익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과 같은 장기적인 성과나 혁신도 우선순위에서 뒤처져 버렸고 결국 이는 회사의 근원적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한 보잉이 가진 경쟁력의 근간이었던 엔지니어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나 가족 같은 문화는 문제가 있어도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두려움과 침묵의 문화로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보잉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조직에 성과 압박의 문화나 두려움의 문화와 같은 톡식 컬처가 한번 자리 잡게 되면 이는 구성원들의 몰입뿐만 아니라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능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한번 자리 잡은 톡식 컬처는 구성원들이 당연시 여기고 습관화되어 버리면서 이전의 건강한 문화로 회복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이 톡식 컬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톡식 컬처의 특성과 유형


팬데믹은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음주나 회식 문화 등 지난 수십 년간 개선되지 못하고 구습으로 남아있던 조직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를 대체하면서 일상화되었습니다. 게다가 조직 내에서는 공정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세대들이 오히려 MZ세대의 눈치를 보게 되고 수평적인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도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는 과거의 구습이나 악습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팀이나 부서 등 단위조직별로는 구성원들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거나 힘 빠지게 하는 조직분위기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독성을 가진 조직 문화가 구성원들의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결국 조직의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을 때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혹시나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성과 달성이라는 미명하에 구성원들 간이나 조직 간에 경쟁을 지나치게 조장하는 조직 분위기에서도 자신이 언제나 동료들에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조직 내에서 속임수나 거짓말, 규정이나 법률 위반 등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들이 만연하는 등 불공정한 경쟁을 경험하게 되면 분노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MZ세대들의 유입으로 조직 내에 점차적으로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어떤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권위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다는 무력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부당한 대우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해서 분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구성원들은 학력이나 성별 등 특정한 배경을 이유로 조직 내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거나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무기력감이나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리더나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욕설이나 폭언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괴롭히는 조직의 분위기도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수준의 두려움을 야기시키게 됩니다.


톡식 컬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정신 및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일에 대한 몰입과 에너지를 악화시킬 수 있고 직원이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조직의 생산성이나 혁신 능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만약 단기간에 직원들이 마치 회전문을 드나들듯이 입사하고 퇴사하는 것을 반복하는 조직이 있다면 보상 수준을 점검하기보다는 조직문화 차원의 독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입니다. 조직이 현재 기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구성원들이 심리적인 안전감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그 성과는 분명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톡식 컬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인간존중과 다양성, 공정성, 조직 목적 우선, 그리고 윤리 등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리더십과 조직 관행으로 구성원에게 두려움과 수치심, 자존감 손상 등 극도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며, 더 나아가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장, 관계, 성취 등의 욕구충족을 제한해서 구성원의 몰입과 웰빙, 그리고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유해한 조직문화”


즉, 톡식컬처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리더십과 조직 관행으로 구성원의 몰입과 조직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업무환경을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톡식 컬처의 정의에 기반해서 우리가 조직에서 생활하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톡식 컬처를 다음의 7가지의 유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성과 압박의 문화 : 구성원들에게 달성하기 힘든 성과 목표를 부여하고 어떻게 해서든 달성해 내도록 압박하는 톡식 컬처입니다. 이러한 성과 압박의 분위기에서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되고 구성원들이 성과창출에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하도록 은밀하게 착취하기도 합니다. 구성원들은 때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서까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압박 속에서 높은 스트레스와 긴장감, 그리고 번아웃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나의 존중받는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 달성의 도구나 소모품으로 전락한 느낌을 가지게 되면서 자기 존중감도 낮아지게 됩니다.


2. 지나친 내부 경쟁 문화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불공정한 방법을 쓰면서까지 상대를 어떻게 해서든 이기도록 조장하는 톡식 컬처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선의의 경쟁은 조직의 생산성 향상이나 아이디어 창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의 과도한 경쟁은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높이며 번아웃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에 대한 경쟁이 지나치게 되면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상대를 경쟁에서 이기는 것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구성원들은 경쟁에서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때로는 불공정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고 ‘우리’ 보다는 ‘각자’의 문화를 강화하게 되어서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갈등으로 협력이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팀워크 부족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인해 높은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3. 권위주의 문화 : 조직 내에서 권위나 위계가 강조되고 모든 권력이 상부의 소수 리더들에 집중되어 있으며 구성원들은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무조건 복종할 것이 기대되는 상명하복의 문화입니다. 이처럼 권위적이고 통제가 강한 분위기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거나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구성원들은 조직이 마치 강력한 리더의 사조직처럼 움직이거나 강한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직의 공정성에 불만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4. 사내 정치 문화 : 정치는 조직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영향력을 발휘해 성과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 내 정치가 공동의 성과 창출보다는 조직 내 특정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의 사내 주도권 다툼이나 권력 투쟁에 악용되게 되면 구성원들 상호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몰입과 동기부여를 저해하는 톡식 컬처가 됩니다. 실력보다는 연줄이 성공 요인이 되고 파벌 간의 경쟁이 난무하는 사내 정치 문화에서 구성원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조직 내의 핵심 파벌에 끼지 못하게 되면서 소외감이나 분노를 느끼거나 스스로의 처지에 대해 낙담하게 됩니다.


5. 두려움과 공포의 문화 : 조직에서 리더의 폭언이나 갑질, 공포 분위기 조성,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이 부족한 조직분위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톡식 컬처입니다. 우리가 조직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폭군 같은 리더들은 독단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을 통제하고 조종하기도 하며 더 심하게는 고용 안정성을 무기로 직원들을 협박하기도 하면서 사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강하게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은 항상 작은 실수라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높은 수준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문제나 실수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6. 감정이 없는 일중심의 문화 :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표현처럼 감정이 없는 일중심의 문화의 특징을 잘 묘사하는 표현은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주로 높은 성과를 추구하면서 일을 우선시하는 반면에 직원들 간의 관계형성이나 감정적 지지는 중요시하지 않는 조직에서 이러한 톡식 컬처가 나타납니다. 기업 조직에서는 당연히 관계보다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 간의 감정 교류가 단절되거나 관계가 적절히 형성되지 못하면 팀워크나 협력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형성되기도 어렵습니다. 조직과 리더가 직원들의 감정이나 욕구를 제대로 고려해주지 않고 오직 합리나 이성으로 운영되게 되면서 구성원들은 공감을 받지 못하고 강한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힘들 때 동료들이 서로를 지지해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원팀의 분위기가 잘 보이지 않는 문화가 바로 감정이 없는 일중심의 문화입니다.


7. 컨트리클럽 문화 : 구성원들이 일보다는 관계나 서로 간의 조화를 더 중시하면서 일이나 성과에 대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문화입니다. 주로 공무원 조직이나 공기업 등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어찌 보면 컨트리클럽 문화는 구성원 입장에서 너무나 일하기 편한 문화일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모른척하고 넘어가면서 서로 간에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하는 등 구성원 간의 조화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일을 제대로 해보려고 하거나 더 잘해보려는 사람은 외톨이가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성취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컨트리클럽 문화에서는 직원들의 동기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편하게 직장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문화가 바로 컨트리클럽 문화입니다.




어떠신가요? 혹시 위에서 소개된 톡식 컬처를 한 번이라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앞서서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해악을 미칠 수 있는 톡식 리더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톡식 컬처는 단순히 톡식 리더 개인의 영향력을 넘어서서 조직 자체가 독성을 갖게 되어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문화입니다. 최고위 경영자인 톡식 리더가 마치 폭포수처럼 전체 조직에 독성을 불어넣기도 하며, 설사 톡식 리더가 조직을 떠나더라도 성과지상주의나 정실 인사, 공포에 기반한 관리 등 이미 조직내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조직의 관행이나 시스템, 그리고 톡식 리더와 공모하거나 무의식으로 닳아간 중간관리자들의 독성이 고착화되면서 톡식 컬처가 지속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당연시된 톡식 컬처를 건강한 컬처로 변화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톡식 컬처의 유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기억하실 점이 있습니다. 바로 톡식 컬처도 톡식 리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직에서 톡식 컬처의 여러 특성이 복잡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성과압박의 문화와 지나친 경쟁의 문화가 동시에 맞물려 나타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의 조직 안에서도 각각 여러 유형의 톡식 컬처를 나타내는 팀이나 부서들이 있을 수도 있고 하나의 팀에서도 여러 톡식 컬처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러한 여러 톡식 컬처들이 생겨나는 데는 앞서 설명드렸던 톡식 리더들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톡식 리더 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