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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톡식 컬처

톡식 컬처 (Toxic Culture), 왜 중요한가

직원경험관리의 사각지대, 톡식 컬처

by Jay

여러분은 최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적이 있으셨나요? 혹은 직장에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무기력감을 느끼셨던 적이 있으셨나요?

톡식 컬처가 만연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높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그리고 번아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각자마다 중요한 성장감이나 성취감, 동료애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여유조차 없습니다. 당장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대퇴사로 드러난 MZ세대의 조직문화 불만


팬데믹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전에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기도 했습니다. 재택근무는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의 정상적인 근무를 가능하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직원들이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저마다 의미 있는 삶을 찾아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2021년 초에 미국 전체 근로자들 중 약 40%가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고 같은 해 약 6개월 동안 2천4백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실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이는 전례가 없는 기록적 수치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렇게 많은 수의 직원들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현상을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퇴사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미국의 뉴스 미디어에서는 그러한 대규모 퇴사의 원인이 급여나 보상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도날드 설(Donald Sull) 등의 연구자들은 대퇴사의 가장 큰 원인이 다름 아닌 톡식 컬처(toxic culture)라고 주장합니다. 직원들은 자신들을 존중해주지 않고 모두에게 주어져야 할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며 성과를 압박할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행태가 만연한 조직문화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대거 이탈하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팬데믹에서의 재택근무가 톡식 컬처에 지친 직원들이 퇴사를 결심하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MZ세대가 이러한 대퇴사 현상을 주도했다는 점입니다. 이들 젊은 세대 직원들은 직장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삶 자체는 아니라는 가치관과 신념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처한 독성 있는 문화,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번아웃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정신적이거나 신체적 위협을 느끼게 되면 지체 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2021년에 있었던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MZ세대들도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하게 되면 그만둘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선배나 상사가 자신을 동료로서 존중하지 않을 때, 그리고 회사의 업무 일정으로 개인 일정이 영향을 받을 때 불합리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팬데믹이 끝난 후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시 '사무실로의 복귀 정책(back to office)'을 시행했습니다. 구성원들은 다시금 톡식 컬처에 노출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인 오늘날 구성원들, 특히 MZ세대들을 동기부여하고 몰입시키기고 싶다면 이들을 존중해 주고 능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며 이들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건강한 조직문화를 개발해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



긍정경험 보다 몇 배 강한 부정경험


요즘 회사들마다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직원 경험은 마케팅 분야에서의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에서 빌려온 개념으로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입사에서부터 퇴사할 때까지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직원의 몰입향상이나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긍정적 경험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자 하는 시도는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겪을 수 있는 부정적 경험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퇴직까지의 전반적인 라이프 사이클에서 구성원들이 부정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접점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입사 지원자들은 면접과정에서부터 면접관의 부적절한 질문을 받고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고 힘들게 입사한 후에는 함께 지내기 힘든 팀장을 만나 일하는 내내 항상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힘든 상황을 못내 참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을 때는 마치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대하듯이 퇴직을 처리해 주는 인사팀으로부터 다시 한번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처럼 조직의 다양한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의 영향력이 긍정적 감정의 영향력보다 몇 배는 높다는 것입니다.

부부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attman)에 따르면 부부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부정적인 상호작용보다 최소 5배는 많아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되어서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가트맨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배경에 대해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남기는 상처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치유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조직 구성원들의 직장생활에 적용해 보면, 한번 부정적 경험을 느낀 구성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최소 다섯 배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원 경험관리에서 톡식 컬처는 하나의 방치된 사각지대에 가깝습니다. 회사가 정말 직원을 위하고자 한다면 직원들의 긍정적 경험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직원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톡식 컬처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직원의 성장 잠재력 방해


우리가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해 보려면 그만큼의 마음의 여유나 심리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우리 인간의 심리적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톡식 컬처는 좌절감이나 두려움, 무기력 등 극도의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톡식 컬처에 노출되게 되면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온전히 톡식 컬처라는 심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톡식 컬처로 스트레스가 커진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문제해결을 할 여유조차 없으며 그러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구성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보다는 구성원을 통제하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높여서 구성원들의 새로운 시도나 반대의견 제시를 방해하며, 인맥이나 정치로만 승부를 보는 사내 정치로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톡식 컬처에서 구성원들은 의욕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열심히 해보거나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도 낮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스스로 더 일에 몰입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회사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심리적으로 안전한 분위기와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작은 성취에도 인정을 해주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와 동시에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하도록 하는 톡식 컬처의 영향을 찾아서 제거해 주는 노력도 함께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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