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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톡식 컬처

톡식 컬처, 왜 방치하면 안 되나?

독버섯처럼 조직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는 톡식 컬처

by Jay

조직에 톡식 컬처가 존재하는 경우 대부분의 반응은 문제를 덮어버리려고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한 톡식 컬처 덕분에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면 더더욱 이를 간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고 더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멀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마치 독버섯처럼 부정적 기운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이 바로 톡식 컬처입니다.



일탈의 일상화


일탈의 일상화(normalization of deviance)는 조직 내에서 규범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관행이 반복되면서 점차적으로 일상화되고, 결국에는 허용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조직의 기준이나 규범 자체가 변질되어 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나 구성원에 대한 착취 등 조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탈 행동들은 어떻게 조직구성원들 사이에서 무뎌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되는 걸까요? 처음에는 규범에 어긋나는 작은 일탈 행동이 발생하지만 이러한 일탈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그러한 일탈 행동이 점차 일상적이고 당연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특히나 그렇게 일탈이 일상화되는데도 심지어 조직이 성과를 내고 성공하기까지 한다면 그러한 일탈의 일상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조직 전체로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 위험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주왕복선의 발사 모습

이 일탈의 일상화라는 개념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다이앤 본(Diane Vaughan)이 1986년 당시 일어났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Challenger)의 폭발 사고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본은 챌린저호의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기술적 문제에만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위험을 가볍게 보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내부 조직문화에 있다고 봤습니다. 챌린저호 사고 당시 나사는 과거에 여러 차례 경미한 설계나 기술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경시하고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나사는 인류 역사상 달에 최초로 착륙한 아폴로호 등 그동안의 발사 성공으로 인해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나 대비 없이도 이번에도 그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문제를 알면서도 발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문제를 경시하는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위험을 위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조직 내에 자리 잡게 되었고 게다가 무엇이든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can-do-attitude)이 결국에는 큰 사고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문제가 있는지 알면서도 발사를 강행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의회로부터 약속받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발사 일정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성공과 성과에 대한 압박이 문제를 알면서도 가볍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냈고 이러한 조직문화가 결국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인재(人災)를 일으킨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도 조직에서 일탈이 어떻게 일상화되어서 조직문화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폭스바겐이 일으킨 이 스캔들은 2015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에 청정 대기법(Clean Air Act)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EPA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실험실 테스트 동안에만 배출가스 제어 장치가 작동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며 실제 주행 중에는 질소 산화물(NOx) 배출량이 미국의 기준치보다 최대 40배나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일부 직원들이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했지만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관행을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정도로 인식하면서 가볍게 여겼던 것입니다.


일탈의 일상화 현상은 조직이 작은 일탈을 무시하거나 지켜져야 할 규범을 일탈하는 관행이 하나의 당연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하나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또한 과거의 성공이나 성과가 일탈 행동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톡식 컬처는 성공기업 빠지기 쉬운 함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리더십이나 조직 관행에서의 일탈이 톡식 컬처로 일상화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작은 일탈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면서 이를 단호하게 바로잡으려는 경각심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 감정의 전염


톡식 컬처(Toxic Culture)에서 구성원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부당한 대우를 겪으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등 극도의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부정적 경험을 통해 분노나 불안, 좌절, 그리고 높은 수준의 피로감까지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구성원 개인의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에도 해를 끼치게 됩니다.


문제는 톡식 컬처를 직접 겪고 있는 구성원들만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주위의 동료들이나 조직 전체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은 한 사람의 감정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이되어서 집단 전체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감정 전염은 조직 내에서 톡식 컬처로 인해 한 개인이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이나 스트레스가 톡식 컬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동료들에게까지 전파되어서 전체 조직의 분위기나 성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리더가 느끼는 스트레스나 감정 상태는 조직 전반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리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만을 표출할 때 그 부정적 감정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여과 없이 그대로 영향을 미치며 집단 전체의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감정의 전염은 보통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의 톤,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 신호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데 리더나 상사와 같이 감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의 부정적 감정은 더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조직행동 연구자인 시걸 바르세이드(Sigal Barsade)는 조직 내에서의 감정 전염이 집단 내 협력이나 의사결정, 그리고 생산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조직에서 긍정적인 감정이 전염되면 팀원들 간의 협력과 창의성,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 반면에 조직에 부정적인 감정이 전염될 경우에는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유발하고 의사소통의 질을 떨어뜨리며 팀 성과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한 개인의 부정적 감정은 집단 구성원 전체의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팀 전체의 역량과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연구논문의 제목인 ‘파장효과(ripple effect)’처럼 마치 고요한 물에 돌을 던졌을 때 퍼져가는 동심원의 물결과도 같이 감정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점차 확산되어 팀전체의 상호작용과 성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정적 감정은 전반적인 팀의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팀의 협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 등 생산성을 저하시키게 됩니다. 감정에 상처를 입은 직원들은 조직과 일에 대한 자신의 몰입과 노력을 철회해 버릴 수 있으며 동료들의 몰입이나 생산성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톡식 컬처로 인해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 감정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톡식 컬처를 떠난다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떠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직원이 조직에서 느낄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관점에서 보면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톡식 컬처를 떠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도날드 설(Donald Sull) 등의 연구에 따르면 톡식 컬처는 직원의 이직률을 1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톡식 컬처가 만연한 조직에서 직원들이 성과에 대한 압박, 권위주의적인 리더, 조직의 불공정한 평가나 승진, 공정하지 않고 차별적인 문화,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을 부정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이는 구성원들에게 깊은 감정적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방치되면 우수 인재들이 떠나게 되고 남은 직원들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서 조직의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톡식 컬처가 지속되면 업계에서 조직의 평판이나 좋은 직장으로써의 브랜드가 악화되게 되어서 우수 인재들이 지원하지 않게 됩니다.


문제는 톡식 컬처를 건강한 문화로 회복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 번의 부정적 경험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최소 다섯 번의 긍정적 경험이 필요하듯이 독성 문화를 치유하고 건강한 문화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조직문화 슬로건을 내걸거나 워크숍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만으로는 절대 건강한 조직문화로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피상적인 개선 조치는 오히려 구성원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한번 떨어진 조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리더십이나 제도개선,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을 교체하는 등 조직의 근본적이고 끈기 있는 변화의 노력 없이는 건강한 조직문화로의 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톡식 컬처가 조직에 자리를 잡기 전에 이를 파악해서 개선하거나 이미 톡식 컬처가 자리를 잡은 경우에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조직의 근본적 변화를 이루어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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