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감기가 와요
희뿌옇게 표정을 감춘 채 무겁게 내리는 비가 마음을 짓누른다. 오늘따라 하늘도 기분도 유난히 무겁다. 잘 살아가다 어떤 날에는 콜록대며 아프기도 하듯이 가끔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에 걸린 상태다. 이러다 말 것이고, 어차피 다 지나가는 것이지만 연거푸 한숨을 쉬어도 답답한 속이 풀리지 않아 글을 적어본다.
오늘의 깊은 우울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가만 되짚어보니 다가오는 복직이 걱정인 듯하다. 나는 최근 2년간 임신-출산-육아라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냈다. 32년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였고 너무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내 정신을 못 차리다 아기의 첫 돌을 앞둔 지금, 육아하는 삶에 조금은 적응한 듯 싶다. 그런데 세상에! 곧 복직이라니. 워킹맘이라니. 이제야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조금 받아들이는 수준인데 또 크나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니 두렵다. 육아도 힘든데 일까지 병행하는 삶은 또 어떤 것일까.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이젠 알아야만 한다. 이런 게 어른일까.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버거운 일도 계속해야만 하는 것.
휴직하는 1년 3개월 동안 육아와 동시에 이루고 싶은 희망찬 꿈과 계획이 많았다. '육아휴직'이지만 내 인생 '첫 휴직'이기도 했다. 아기 외에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의미를 만들어 이 기간을 내 역사에 길이 새겨두고 싶었다. 평가해 보자면 소소한 성과들은 있었으나 성공이라 할 만한 것은 해내지 못했다. 아쉽지만 단기간의 성과에 욕심내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매일 용기내고 다짐하며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내가 그리는 성공에 닿을 거라 믿는다.
감기약을 먹는 심정으로 마음을 끌어모아 다시 힘을 내본다. 서재에 담아둔 인생선배 같은 책들과 그동안 써놓은 글들이 마음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남은 휴직기간 3개월은 일을 새로이 벌리지 않고 워킹맘이 될 각오를 하는데 쓰려고 한다. 복직 후 정신없겠지만, 부디 일과 육아의 무게에 짓눌려 내가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를.. 이리 다짐하며 아기를 꼭 안으니, 오히려 아기가 나를 꼬옥 안아주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