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감자랑.. 양파랑.. 호박은요?!
나는 집안의 막내로 자란 데다
요리를 잘하는 시어머니를 만난 덕분에
주는 것만 받아먹는 식으로 살았다.
반찬을 자주 해주셨기 때문에
메뉴는 늘 있는 것 데워먹기 수준.
그러다 가끔 특별식 개념으로
치킨, 피자 같은 배달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요리와 담쌓고 살던 영향으로
아기의 이유식과 유아식은
어머님과 시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즘은 시판 제품도 잘 나온다며
다 전문가들이 만드는 거라고,
괜한 고생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어왔던 터라
사 먹이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기도 했다.
그러다 유아식 초기가 지나자
아기의 식단이 점점 어른과 비슷해지는 모양새였다.
사 먹는 반찬이 다 비슷비슷.. 맛이 없어 보이더라.
나는 직접 고른 좋은 재료로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누군가에겐 아주 쉬울 테지만
요리와 담쌓고 살던 나에게는
제법 큰 결정이었다.
이내 요알못은 유아식을 만들어보고자
아기 반찬 레시피를 인터넷에 검색했다.
대충 훑어보니
유아식은 특별히 간을 할 필요가 없어서
'재료를 썰고 볶아주면 끝!' 수준으로 간단했다.
'음.. 이 정도면 한 30분이면 되겠는데??'
늦은 밤이었으므로 육아에 지친 나는
내일 아침으로 할 일을 미루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냉장고에서 사 둔 재료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요알못에게는 재료를 씻는 것부터가,
그다음엔 써는 방법이
그다음엔 볶는 방법이
도통 감이 오질 않는 것이었다.
당근, 양파, 버섯, 호박....
이 낯선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우뚝 서서 바라보며 고민하다
결국 핸드폰을 들고 일일이 검색했다.
[당근 써는 방법]
[양파 써는 방법]
[애호박 채썰기]
[버섯 씻기]
[남은 재료 보관하기]
[볶을 때 식용유? 올리브 오일?]
이건 모두 아침부터 내가 검색한 키워드다.
결국 처음 목표했던 5가지 반찬을
다 하는 데는 실패했고,
3가지를 만드는 데 1시간이 걸렸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시간에 당황하며
대충 큰 설거지만 해놓고 부리나케 출근길에 나섰다.
(요리 후에 나오는 엄청난 설거지도 예상 밖이었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요리하고 출근하는
워킹맘의 하루가 쉽지 않았지만
아기가 따끈한 반찬을 먹는 상상을 하니
마음속 어디선가 오늘을 버틸 힘이 솟아났다.
엄마들은 왜 하나같이
요리를 뚝딱뚝딱 해내는지
늘 궁금했었다.
챙김 받는 것이 익숙했던 막내였기에
엄마는 언제부터 요리를 하게 되었는지
어쩌다 능숙해졌는지 알 수 없었고
엄마의 역할은 나와 거리가 먼 일처럼 느껴졌었다.
계기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아기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아기가 있음에도
아직 스스로가 '애'처럼 느껴지는 나는
이렇게 한 걸음 더 엄마를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