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이 엄마가 되어간다는 것 #6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유

by 오리별

워낙에 내향적인 나는 부끄러움이 많아 낯선 이의 얼굴을 잘 쳐다보지 못한다. 잠시 대화를 나눴을지라도 얼굴을 잘 기억 못 할 정도다.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는 5년을 다녔던 회사에서도 한 명의 동료에게 안심하고 마음을 열게 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줄곧 한 팀이었고, 서로가 유일한 동갑내기였음에도 그랬다. 매일 8시간 이상 함께 지내는 사람과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길을 걷다 잠시 마주친 사람이나 어떤 일을 계기로 단기적으로 알고 지내게 된 사람들과 말을 섞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에게 사근사근 대하고, 방금 만난 사람과도 살갑게 인사하는 사람을 보면 참 좋아 보이고 부럽기도 하다. '저 사람은 외향적일 거야'. 생각하며 합리화해도 왠지 씁쓸한 기분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부족한 부분임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내향이니 외향이니 하는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인사성이 밝지 않고 말주변이 없는 것이다. 나에게만 집중하고 배타적으로 살아온 것이다. 아쉬워도 여태껏 이대로 살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바로 '아기'때문이다.


미안해. 엄마가 더 많이 노력할게. 더 열심히 해볼게.


나는 아기에게 미안한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한다.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런 일 없을 거야." 라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나는 완벽하지 않으며, 한 번에 바뀔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로서 부족한 내가 아기에게 할 수 있는 확실하고도 꾸준한 약속은 바로 노력하겠다는 것, 그것뿐이다. 비록 나는 내가 편한 대로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지만, 내 딸은 아직 기회가 많으니 이왕이면 더 좋은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갑자기 머리가 띵- 해졌다. 가만 생각하니 딸이 보고 배우려면 내가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변할 수밖에 없다. 내 아기를 위해서.


성향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하고, 세상 사람들과 조금 더 소통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산책을 나갔을 때, 지나가는 동네이웃이 귀엽다는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보면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이웃과도 안부를 물으며 눈을 맞춰본다. 예전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내가 용기를 내어 인사하니 그 화답은 내 아이에게로 돌아온다. 이웃분들의 상냥한 미소와 따뜻한 관심을 아기가 대신 누린다. 엄마로서는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아기로 인해서 전에 없던 용기를 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고 사랑으로 자식과 나눌 수 있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아닐까. 내가 일방적으로 아기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기도 나를 키워준다. 아기와 엄마는 함께 자란다. 출산 후에 내가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여전히 똑같았고, 변화가 있다면 '두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달라진 것은 그 정도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순진무구한 아기에게 나는 오늘도 나직하게 얘기한다. "사랑해. 엄마가 더 많이 노력할게. 엄마가 더 좋은 사람이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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