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더 수상해졌습니다.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싶었다. 작년 10월에 둘째 딸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육아로 더욱 바빠질 테니 아내의 일벌리기병이 당분간은 잠잠할 것 같았다. 지금 둘째 아이는 곧 5개월이 되어가고 첫째 딸은 말이 너어어무 많은 32개월이다. 미춰버리겠다. 말을 안 할 때는 말을 못 하니까 뭘 원하는지 몰라 답답했는데 말을 하니까 말을 알아듣고 잘 표현해도, 결국 말을 안 듣는다....
'안할거에용~'
하면서 도망가는데... 빠직.... 얄밉다...
이런 딸내미 둘을 키우면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아내는 요새 웬일인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첫째만 육아했을 때 예민 보스였는데 오히려 득도를 했는지 웃고 다닌다. 무섭다...
언제 또다시 폭발할지 모르니까 나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나는 퇴근하고 나서는 그냥 누워있고 싶다. 근데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냥 피곤해서인 건데 내 대답을 듣고 아내는 항상 말한다.
"기분 나쁜 일 있어? 왜 그렇게 말해?"
앗. 띠띠띠. 적신호다. 그 말을 할 때는 내 말투가 퉁명스러웠다는 신호다. 이때 조심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소리 톤을 한 톤 끌어올리고 말끝을 올려야 한다.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
그리고 몇 마디 더 붙여야 한다.
"피곤해서 그랬나 봐. 기분 상했어? 미안해."
아내가 약간 떨떠름해했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저녁 준비를 한다. 휴.... 통과인가.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말꼬리를 잡는 강력한 싸움의 전초전이 시작될 수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피곤한데 싸우면 더 힘들다. 평화로운 저녁을 위해 나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쌓아온 데이터를 총동원해 두뇌를 풀가동해야만 한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건 하나보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내는 둘이 더 쉽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아이 하나만 키우면 모든 신경이 아이 한 명에게 가서 어떤 걱정들이 생길 때(아이 발달이 늦은 건 아닌지 등등의 초보 엄마 아빠들이 걸릴 수 있는 걱정 걱정병) 더 신경이 쓰이고 힘든데 아이 둘인 경우 서로 다르기도 하고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 한 명 당 엄마 아빠,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총 6명의 관심이 한 곳에 쏠리는 경우 아이를 컨트롤하기 더 어렵대나. 그래서 아이가 많을수록 부모가 아이들을 컨트롤하기가 쉽다는 논리를 어느 책에선가 보고 의기양양해하는 아내를 보며 나는 한숨만 쉰다. (지금 둘만으로도 난 벅차다고!)
첫째도 순한 편이었지만 둘째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순하다. 모유 수유하고 트림 시키고 눕히면 잔다. 그냥 알아서 잔다. 둥기둥기 그런거 전혀 없다. 물론 화이트 노이즈는 틀어놔야 좀 더 수월하게 잠들지만 어떤 때는 그냥 혼자 조금 낑낑대다가 잔다. 첫째 때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둘째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첫째는 낮잠 재우거나 밤에 재울 때 안아서 재우느라 혼났었는데 둘째는 정신없어서 신경을 제대로 못쓰니까 손을 덜 타기도 한 것 같다. 신기하다. 아내는 그래서 지금 이제 아기는 한 손으로도 키울 수 있겠다며 의기양양해한다. 후덜덜....
그렇게 둘째 키우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아내는 뭔가 더 바빠졌다. 뭐 하고 있는지 물어보기 전에 입이 근질근질해진 아내는 내게 말했다.
"나 올해 내에 책 낼 거야. 그리고 부자 될 거야."
아내의 생각이 튀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서 나는 항상 따라가기 힘들다. 어떻게 부자가 될 건지 물으니 인세 부자가 될 거란다. 근데 한 두권 내서는 안되니까 계속 책을 낼 거란다. 기본 10권은 내고 한국 출판시장은 좁으니 영어로 책을 쓰겠단다. 응? 님 일어랑 중국어는 알겠는데 영어는 나보다 약간 나은 정도지 프리토킹 잘 안되시잖아요....
책 쓰겠다는 일념으로 영작을 하겠단다. 그러면서 영어공부를 하겠단다.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는 게 느껴져 뜨겁다.
그렇다. 둘째가 태어나고 아내는 더욱 바빠졌고 일을 더 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