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인이 수상하다_#2
그녀는 요새 글을 쓰고 있다. 예전부터 글 쓰는 걸 재미있어 하긴 했지만 최근에 공식적으로 선언(?)을 해버렸다.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저렇게 하고 싶어 한다면 밀어줘야 한다. 안 그러면 사단이 난다. 어떤 글을 쓸지는 내게 아직은 보여준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그걸로 인세 부자가 되겠다고 했다. 호언장담을 했다.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참 궁금하다.
그녀가 요새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유는 15개월 된 딸아이가 집 바로 옆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해서다. 사실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기 전에 작은 다툼이 있었다. 작지는 않고 좀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딸이 아직 어려서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데에 하루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쉬는 시간조차 없는 게 너무 힘들었나 보다. 그녀는 폭발해버렸다. 나 역시 욱하는 마음에 더 큰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아.. 늘 화내고 나면 후회가 남는다. 싸웠던 기억은 다시 떠올리기 싫으니 결과부터 말하자면 결국 그녀에게 자유시간과 경제활동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그녀에게 경제활동은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내 월급이 상상 초월할 정도로 많다고 해도 그녀 자신은 월 10만 원을 벌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번 돈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게 늙어서 할머니가 되어도 지속되고 경력이 더욱 쌓이는 일이라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만약 복권에라도 당첨되면 그냥 탱자탱자 놀고 싶은데 그녀는 참 이상하다. 인간은 잉여의 동물인데 말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녀는 한없이 부지런할 때가 있는가 하면 한없이 게으른 경우도 있다. 이게 들쑥날쑥해서 나 역시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녀 스스로도 그 주기를 예측하기 어려운가 보다. 한없이 부지런할 때는 존경스러울 정도지만 게을러지면 한없이 게을러서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그녀는 부지런하면서 게으르다. 모순되는 것 같지만 그녀가 사실 그렇다.
그런 그녀가 경제활동으로 평생 직업으로 작가를 하겠다고 정한 데는 그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해서 쉽게 돈 벌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자기도 그 정도 꿈 정도는 꿔도 되지 않겠냐고 했다. 인세 부자가 주식부자보다는 현실성 있지 않냐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30대지만 작가는 80세, 90세가 되어서도 타이핑할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이고 그녀에게는 글을 쓰는 게 스트레스 해소고 글을 쓰는 게 다른 것보다 쉽다고 했다. 글 쓰는 게 쉽다니 참 신기하다. 그렇지만 저렇게 재미있어하면서 꾸준히 하다 보면 연륜이 쌓이고 실력이 쌓여 해가 갈수록 멋진 글이 나올 것 같긴 하다.
근데 꾸준히 써야 될 것 같은데.... 한 달에 한 번 정도씩만 쓰면 늘지도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