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인이 수상하다_#4
아내가 나를 보며 웃는다.
상상하는 것처럼 달달하고 로맨틱하게 웃는 게 아니라 뭔가 꿍꿍이가 있는데 숨기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자아이처럼 킥킥 댄다. 그리고는 웃음을 참다가 다시 나를 보고 킥킥댄다.
분명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숨기는 척하는 거다. 내가 궁금해하길 바라는 눈치다. 나는 애써 물어보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게 되어있다.
'내가 오빠한테는 아직 얘기 안 한 게 있는데 JE언니한테는 얘기했어. 궁금해?'
음... 별로 안 궁금하다고 얘기하면 째려볼 것 같고 궁금하다고 얘기하면 신나서 말하다가 내 반응이 시큰둥하면 삐질 텐데 어쩌지. 나는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최대한 궁금해하는 목소리로 궁금하다고 대답했다. 젠장, 눈치가 빠른 그녀를 만족시키기에는 내 톤이 너무 낮았나 보다. 궁금하지 않은데 억지로 물어본 티가 나버렸다.
그녀는 마음에 안 드는 나의 톤을 지적하는 것보다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지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나 과외 선생님 하려고.'
응? 그녀는 사교육을 싫어한다. 극도로. 그런데 그런 그녀가 사교육 선생을 한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보급형 사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대치동에 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들이 한 달에 20만 원을 웃도는데 그런 수업들이 한주에 한번 2시간은 기본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중요시하는 그녀에게 그런 글쓰기 과외는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뿐만이 아니라 부모의 노후자금을 위협하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글쓰기의 재미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을 한 주에 한번 50분간 매우 reasonable 한 금액으로 고퀄리티로 제공하고자 하는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대치동 논술과외를 박멸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의 노후자금 확보와 아이들의 사교육 근절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옆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붙이러 갔다. 1주일에 3만 3천 원 광고비를 아까워하며...
과연 연락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