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하루
수술 후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다가, 우연히 내 정서적 결과 꼭 닿는 공간을 발견했다.
공간의 결이 가슴에 새겨졌다.
아침에 아이들을 종교기관(절)에 맡기고 나는 조용히 자연 속으로 걸음을 돌렸다. 예전 같으면 종교의 울림에 휩쓸려 내 신경이 먼저 반응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수십 년의 종교 경험(천주교·교회·절)을 지나 나와 내 존재 사이의 여백에 조용한 신성함을 내려놓는 중이다.
최근에 나의 정서, 사유와 공명하는 책, 음악, 공간이 나에게 맞닿아짐을 느낀다. 내 영혼이 마치 우주와 교류하는 기분
내 신체와 처음 닿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묘하게 익숙함이 나를 감싸 안았다.
아침에 맨발 걷기를 하려고 했는데
공간과 공명한 지금은 산책이 힘들 것 같았다.
나뭇결 의자에 몸을 맡기자
나의 작은 방처럼 몸이 가라앉았다.
이곳은 마치 유럽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작은 감성의 아틀리에 같다.
늦가을의 자연의 차갑지만 따뜻한 공기와 수분이 바랜 낙엽, 불이 닿으면 조금이라도 타들어 갈 것 같은 나뭇잎의 바스락 소리, 제때에 말려진 나무들이 화덕 속에서 리듬을 맞추며 음악과 평행하는 음향은 손님들의 데시벨을 자연히 조율해 준다.
조금만 걸어가면 이어지는 맨발 산책길과 서울대 수목원, 마음을 안정시키는 갓 구운 빵의 향기, 부드러운 풍요의 사치인 따뜻한 카페라테, 디카페인이 없어 아쉽지만, 오늘만큼은 이 공간에 나를 온전히 맡겨본다.
이 조합이 만든 공기가 내 호흡과 같은 속도로 흘러서
앉자마자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라테 한 모금 마시며 글을 쓰는데 공간이 배경이 아니라, 살짝 내 감정에 빛을 더해주는 조용한 무대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이 여백에서 소설의 가장 중요한 챕터가 열릴 것 같다.
2025.12.23. by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