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프고도 아픈 연대기

말보다 먼저, 그림자에 내려앉는 감정의 시간

by 숨결


슬픔은
언제나 내 몸보다 먼저
내 그림자에 내려앉는다.


그건,

울음보다 느리게
고통보다 조용하게
스며드는 어떤 감정이다.


아픔은 말보다 무겁다.
내가 감당하지 못한 감정은
어깨 위에서
천천히 나를 짓누른다.


나는 그 무게를
사랑이라 착각했고,
어둡고 차가운 색을 띤
습한 기운을 내뿜는 가족을
그저 ‘나의 가족’이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야 안다.


내가 견뎠던 것은
관계가 아니라
무언의 폭력,
그리고 내 존엄을 위협하는
감정의 역사였다는 것을.


이렇게
내 슬픔은
투명해지기 시작한다.








� Max Richter – She Remembers


https://youtu.be/qg4SgNYeCgU?si=IR_VW-JRe7qQnhVQ




피아노의 첫 음이 닿을 때,
물먹은 수채화 속 여인의 그림자가
서서히 바람에 젖은 치마처럼 일렁입니다.


현악기가 활을 그을 때,
말보다 무거운 감정이
조용히 어깨를 타고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침묵과 함께 사라지는 여운은
“나의 슬프고도 아픈 연대기”의 마지막 문장과 포개어집니다.







기억의 끝자락에서
나는 내 감정의 이름을 부른다.


— From 정서적 아틀리에 |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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