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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Jul 13. 2020

음악에 메시지를 담는 시도, 여전히 건재하다

[리뷰] 르디플로 7월호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를 읽고

#1. 최근 종영한 엠넷의 음악예능 프로그램 <굿걸>에서 단연 존재감을 드러낸 이는 여성 래퍼 '슬릭'이었다. 스스로의 부를 자랑하거나 자신이 싫어하는 누군가를 저격하는 가사 일색인 힙합 신에서, 그는 '페미니즘'이나 '채식주의' 등  도마 위에 오르기 쉬운 주제를 랩으로 표현해 주목을 끌었다. 


https://youtu.be/lzAS8cgIeb0

최근 종영한 음악예능 프로그램 '굿걸' 소개영상.


#2. 지난해 6월,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던 한 홍콩 시민은 우리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중국의 정치적 간섭 배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에서다. 후반부의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대목을 한국어로 부르는 대목에서는 큰 환호성을 받기도 했다.


https://tv.naver.com/v/8771300

홍콩 '제2의 우산혁명'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음악'을 도구로, 메시지를 담는 시도는 요즘 들어 좀 시들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유효한 방식인 것 같다. 혁명 등 사회적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될 때가 아니고도 음악 등 예술이 주는 효용이 크기 때문일 테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기사에서 '거리의 저항시인'이 음악이 주는 효용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에 처한 전세계 시민에게 위로를 전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기자 겸 작가인 아크람 벨카이드는 자신이 쓴 이 기사에서 거리의 저항시인인 카두르 하다디를 중점적으로 언급한다. 프랑스의 음악그룹 ‘HK & Les Saltimbanks’의 보컬이자 리더인 그는 좌파의 틀에 갇히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소속한 그룹의 노래는 2012년 한 대선 호부의 선거 캠페인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부당하고 불평등한 경제 체제를 감내해야 하는 그리고 때로는 체념으로 짓눌린 모든 사람을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내 도시 HLM(habitation à loyer modéré. 프랑스에서 저가 임대 주택을 통칭)의 바닥으로부터 / 너의 깊은 들판에 이르기까지 / 우리의 현실은 모두 다 마찬가지죠 / … 노숙자, 실업자, 노동자 그리고 / 농민, 이민자, 서류 미비자까지 / 그들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싶어했죠 / 그들이 그것을 이루어낸 건 틀림이 없죠”


https://www.youtube.com/watch?v=tN0ipJq9nac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이었떤 카두르 하다디는 어린 시절부터 계급에 따른 인종 차별을 일찌감치 경험했는데, 이런 경험은 그가 음악에 사회적 불평등을 담은 노래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가 속한 그룹 역시 아랍 세계의 독재 권력에 대한 규탄 등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국제 현안에 대한 참여를 표방한 이 그룹은 노래를 통해 '국경 너머의 땅은 모든 사람의 것이 되거나 아무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으로도 다소 급진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런 급진적인 가사를 통해서 우리는 사회 문제를 더 분명하게 의식할 수 있고, 현실 개혁의 필요성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메시지가 다소 급진적이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한 그의 답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를 취하기도 하고, 메시지를 취하기도 하는 나는 그저 한 명의 감상자로서 음악 자체의 순수성을 앞세운 작품과 메시지를 우선한 작품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하지는 않는 편이다. 다만 자기애와 자기 과시, 개인을 그저 안으로 침잠하게만 만드는 음악이 범람하는 요즘의 노래에서 메시지를 우선하는 노래가 주는 힘은 역설적으로 더 커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26


[참고문헌]

1.최유진 연출, '굿걸', mnet, 서울, 2020.

2.안승섭, '송환법' 반대 홍콩 집회서 '임을 위한 행진곡' 울려 퍼져', 연합뉴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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