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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Aug 06. 2020

'찐' 포퓰리스트를 구별하는 방법

르디플로 8월호 '의료 이기주의에 맞선 미국의 포퓰리스트'를 읽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의료 이기주의에 맞선 미국의 포퓰리스트'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 '포퓰리즘'은 내게 좀 혼란스러웠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상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유능한 의사나 헌신적인 진보 단체,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등 진보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까지 ‘포퓰리스트’에 속한다고 한 점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 개념은 주로 보수언론 등이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진보진영의 정책을 비판할 때 쓰이는데, 미국에서는 이 단어가 스스로 자처하거나 서로의 진영에 자유롭게 쓸 수 있을 만큼 중립적인 표현인가 싶어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개인적인 기준을 세워 보기로 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 순수성과 그 결과에 따라 ‘진짜’ 포퓰리스트와 ‘가짜’ 포퓰리스트로 나눠지는 것도 같았다. 기사에 따르면 포퓰리스트들은 '국민'이나 '사회 이익' 등의 표현을 자주 쓰는데, 그런 표현을 쓰게 된 배경이나 목적을 파악하다보면 그 주장의 진정성을 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한 정책의 결과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뒤쳐진 국민의 이익까지 포함되는지도 판단의 근거에 포함했다.


그결과 의도가 순수하고 그 결과 역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진짜' 포퓰리스트의 대표적 사례로 19세기 말 오클라호마주 엘크시티에 협동보건시스템을 세운 의사 마이클 샤디드를 꼽을 수 있었다.


전쟁 중에도 평화가 있고, 위기 속에서도 풍요가 있으며, 폭풍 속에서도 소강상태가 있듯이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일찍 아프고, 더 오래 아프며 치료가 가장 집중적으로 필요할 때, 가장 적게 치료를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프기 때문에 가난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아프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의료 이기주의에 맞선 미국의 포퓰리스트' 중에서


의학의 특권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면허증을 박탈당하고 지부에서 퇴출당하는 등 입신양명으로 가는 길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만큼 헌신적이었다. 이런 샤디드의 순수성을 말하는 건 지나친 속단만은 아닐 것이다.


1960년 사스캐추완 주 전체에 보편적 보건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사스캐추완 주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 협동조합당이 쟁취한 메디케어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의 비용을 해당 주정부가 부담하고, 의료공급자 수입의 대부분을 공공재원에서 충당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출처=www.freevector.com                                

반면 '가짜' 포퓰리스트의 행태도 언급된다. 미국 논설위원 조지 소콜스키, 미국 의사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뼛속까지 반(反)공산주의자였던 그는 “지구 전체가 평등주의라는 물결에 잠기고 있는데 의사집단만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위해 애처롭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 대해 서로 존중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토는 이렇게 변했다. ‘나는 너만큼 가치 있는 존재다!’” 소콜스키는 이런 사상이 거짓이며 악의적이라고 생각하며 분노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세상이 너무 복잡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말했다. “점점 다양해지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전문가들뿐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의료 이기주의에 맞선 미국의 포퓰리스트' 중에서


미국의사협회 역시 독점금지법을 위반해 소송을 당하고, 보건시스템 개혁을 위한 연방 조사에 항의하면서 사회 전체의 위계 질서 파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협회장은 1938년 보건 시스템 개혁을 위한 연방 조사가 실시되자 극렬하게 항의했다. 비전문가들이 다짜고짜 접골 치료제를 내놓으라고 하고, 전문가들에게 찾아가 처방전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자 협회장은 사회 전체의 위계질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외쳤다. “이런 의술 행위는 과학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의료 이기주의에 맞선 미국의 포퓰리스트' 중에서


기사에는 짧게만 언급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대표적인 ‘가짜’ 포퓰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중산층 이하 백인이라는 독특한 지위에 있는 국민의 표에 힘입어 당선됐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벌면서 인종 면에서는 여전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포퓰리스트라고 보기 어려웠다.


거칠지만 이런 기준에 따라 나누니 포퓰리즘의 속성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권력 쟁취 등 목표 달성에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이 관심을 갖는 그 지점에는, 동시대인이 처한 환경과 사회 구조적인 요인도 함께 담겨 있다. 이 점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지, 아니면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수혜자는 확실한 '대중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지에 따라 조금은 차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이외의 다양한 시각을 주로 담아온 르디플로이지만, 이번 기사에서만큼은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활용해 미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에 기여해온 포퓰리스트들의 성취를 밝힌다. 기사를 쓴 토마스 프랭크는 공동 창간자 겸 편집자이며 미국 선거 정치와 선동, 대중문화, 주류 저널리즘, 경제 등에서의 경향을 분석하는 역사가이기도 하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의료 이기주의에 맞선 미국의 포퓰리스트'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69





[참고문헌]

1.박종서,'빚 독촉은 막고 빚 탕감은 쉽게…또 금융 포퓰리즘',한국경제신문, 2020.08.03

2.안병진,'노무현의 반쪽을 계승한 이재명', 경향신문, 2020.08.03

3.손병권,'트럼프의 백인민족주의 2.0',서울경제,202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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