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

1부

by 글쟁이 오리


지완이 죽었다는 건, 지완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바로 다음에 들을 수 있었다. 지완과 가까웠던 나를 담임선생님이 따로 불러내 말씀해 주셨다. 지완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건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완도 세상을 떠나서라고. 이 말에 두 번씩이나 등장하는 ‘얼마 전’이라는 말과 ‘죽음’이란 단어가 너무도 무책임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렇지 않은 느낌에 가까웠다. 너무 놀라면 말을 잃는 것과 같은 원리인지. 교무실 문을 열고 반으로 돌아가는 복도에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아래로 쿵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 손에 쥐여주신 쪽지를 택시 기사님께 건넸다. 내비게이션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보자, 장례식장이라는 단어가 눈 속에 가득 들어왔다. 나는 책가방을 꼭 껴안고 울었다. 정말인가 봐. 정말 죽었나 봐.

“정말인가 봐요, 아저씨.”

말인지 비명인지 모를 음성이 택시를 가득 채웠다. 택시비를 내지 못한 것 같은데, 아저씨는 날 잡지 않았다.

부은 얼굴을 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신발을 벗고 우두커니 선 곳은 지완의 앞이었다.

학생증 사진….

머리에 하얀 리본을 단 여자가 내 앞으로 와 지완의 긴장한 학생증 사진을 가리곤 손을 올렸다.

“너구나.”

주변 사람들이 여자를 멀리 데리고 가서야 나는 지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맞은 뺨이 얼얼했고 눈도 맞았는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그런 내 앞을 가로질러 먼저 기도를 드리고 국화를 올려두는 사람들이 있었다.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난 앞으로 걸어가 첫 번째 절을 했다.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작아지고 한 사람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여기선 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절을 했다. 지완이는 지금 어디에 누워있는 걸까. 반절했다. 뒤통수에 어떤 말이 꽂혔다.


쟨 가봐, 지완 엄마가 말한 애.


다음 날 나는 지완의 반 앞에서 그의 빈자리를 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창이 나 있는 지완의 자리가 다른 것보다 밝게 보였다.

“남친은 잘 만나고 왔냐?”

뒷문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지완의 반의 한 무리가 낄낄대며 물었다. 모든 일이 완벽히 이해됐다.


너구나.


정신을 차렸을 땐 아버지와 누나가 선생님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었다. 내게 맞은 뺨을 붙들곤 정장을 입은 아저씨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놈의 얼굴에 다시 주먹을 꽂고 싶었다. 정장 아저씨가 명함을 내밀었고, 아버지는 사색이 되었고, 나는 다음 날 자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누나, 나 독일에 데려가 줘.”

누나는 지난날의 나처럼 나를 쳐다보지 않으며 문을 닫았다.

“누나, 나 독일에 가야 해.”

닫힌 방문에 대고 주문처럼 속삭였다. 한참 지나자 매형이 나왔다. 어설픈 한국어로 형이 말했다.

“지영, 휘오 걱정해. 위험해.”

나는 매형을 안았다.

“여기 못 있겠어요….”

매형의 어깨 너머 누나가 보였다.

“누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살려줘….”

우리는 지완이 가고 싶다던 독일 땅으로 향했다. 누나는 아버지를 설득하곤 나를 데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좁은 이코노미 좌석에 매형, 누나, 내가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13시간을 날았다. 누나가 내 손을 꼭 잡곤 따뜻한 뺨을 내 어깨에 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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