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베르테르

1부

by 글쟁이 오리


누나 부부는 언제 난간에 매달려 있을지 모를 나를 지켜보느라, 잠든 내가 다시 깨어나지 못할까, 매일 밤 코 아래 손가락을 가져다 대느라 신혼 생활을 즐기지 못했다. 그게 약 2년. 그즈음부터 기억이 있으니까 아마 그럴 것이다.

나를 걱정한 누나는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건네며 사진을 찍어보라 했다. 멀리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아, 오래도록 현상하지 못한 필름 속에는, 아주 어두워 잘 찍히지 않은 나의 작은 독일 방이 전부였고, 방 밖을 나서기 시작하면서 지완이 좋아할 법한 장소를 찍어보자고 생각했다. 그 아이를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가 좋아할 만한 것을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호수 앞에서 크게 울어버린 적도 있지만, 오래된 필름 카메라는 내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언젠가 본 적 있는 듯한 노을이 하늘을 뒤덮던 날, 호숫가 벤치에 앉아 한쪽 눈으로 카메라 속 붉은 윤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셔터를 한 번 누르자, 바로 옆 벤치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수염을 단정히 다듬은 노신사께서 부드러운 독일어로 내게 물었다.

“여기서 자주 보네요. 포토그라피를 전공하고 있나요?”

나는 고개를 잠깐 젓고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답했다. 노신사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언제든 자신의 암실을 이용해도 좋다며 예스러운 명함을 건넸다. 그는 내가 그의 사진관을 세 번째 방문하던 때, 자신을 베르테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존댓말로 내게 말을 건넸다.


1년이 넘도록 내 사진에 대해 묻지 않던 그가 어느 날 길게 늘어져 있는 필름을 보며 물었다.

“항상 궁금했는데, 이 실루엣은... 필름을 긁어내 만든 건가요?”

“네, 제 친구예요. 이 사진의 주인.”

베르테르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 널어놓은 필름 속 지완들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설명할 말을 골랐지만, 아직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아 옅은 미소로 답하기로 했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서랍 속 서류 하나를 꺼내왔다.

“혹시 포토그라피를 공부할 생각이 있다면 이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추천서라는 제목의 서류. 베르테르가 유명 사진학 교수들의 교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기숙사 짐 위에 추천서와 합격증 서류를 올려두고 캐리어 지퍼를 닫았다. 누나와 매형에게 포옹하고 한 손으로 캐리어를 꽉 잡았다. 이제, 정말 제대로 살아보겠다. 그런 마음이었다.

츄-스.

독일어로 작별 인사를 간단히 나눴다. 마치 내일 아침이면 다시 볼 사람처럼. 마음속 말을 건네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대학 기숙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매형에게 음성메모를 남겼다. 서투른 독일어로 나는 진심을 전했다.

“저는 당신과 누나가 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요.”

“덕분이에요. 츄-스.”

전송 버튼을 누르자, 눈물이 차올라서 누나에게 전화를 걸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젊은 베르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