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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May 14. 2022

나는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까.

I hope never to return.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재밌는 예능프로그램을 하나 틀어놓고 밥을 먹는 게 몇 안 되는 낙인 나의 요즘 최애 예능프로그램은 '서울 체크인'이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밥을 먹으며 4화를 보고 있는데, 정말이지 갑자기 왈칵-하고 눈물이 났다.


명랑하고 소녀 같은 효리언니와 정화언니 사이에서 시종일관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던 완선 언니가 오히려 자신의 불행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담담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조금은 외로워 보였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으나, 되려 참 단단해 보이기도 해서 더 마음이 뭉클했다. 홀로 오랜 세월을 견뎌낸 이의 자화상처럼 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며 완선 언니와 효리언니가 나누는 대화를 보고는 정말 갑자기 눈물이 툭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출처: TVING '서울 체크인'


나는 가끔 '다시 살면 정말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인생에도 초기화 버튼이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리셋하고 가능하면 가장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사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마 그 기저에는 '후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생에 너무나도 많은 후회가 남아서, 시간을 되돌려 그 모든 후회가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거 같다.

나는 원래,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 그저 삶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웠던 이들이 불행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완선 언니를 보면서 마냥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다 태우고 더 이상 후회가 남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오늘 이 시간을 잘 감내하고 견뎌 내다 보면, 나도 언니처럼 나를 충분히 태웠다고 느끼게 되는 날이 올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무력감과 패배감과 우울감을 나는 후회 없이 떨쳐낼 수 있을까. 나는 죽음의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을까. 나는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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