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비로움을 강요할 수 없었다.
나는 평소 알량한 인본주의를 비난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기준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현실은 서럽지만, 가능하면 동물과 지구를 사랑하고, 여성과 노인과 아동에게 양보하며, 좋은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나는 나의 현생을 자주 검열한다. 그리고 이 가치관은 나에게 꽤나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반이었다.
그러다 부쩍 많은 나의 주변 것들이 현실의 벽에 와르르 무너졌다.
여전히 대부분의 것들이 변함없지만,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번다해서 내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전세금이 부족하고, 할부금 낼 잔고가 떨어졌다. 4년을 뼈 빠지게 일했는데 나의 삶은 왜 이리 제자리걸음일까 잠시 부모도 원망했다. 내 마음속 세상을 더불어 살아갈 의지가, 점점 그 색을 잃어갔다.
우주는 그리 관대하지 않았고, 나는 자비로움을 강요할 수 없었다. 세상에 서럽지 않은 인생이 없다. 다만,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는 희망이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