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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Nov 12. 2022

온 세상 것들에게 겁이 난다.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참사라고 불러야 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현실이라고는 믿기 너무 어려운 일들이 반복되고, 이번에도 우리는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죄책감은 아닌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책임감이 며칠째 또 나를 짓누르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공기 중에 가득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간 분들의 명복을 빌고,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 울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요즘 나는 마음이 몹시 무겁다.


일개 평범한 시민인 나에게 이번 참사가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과실임을 따질 자격이나 지위는 없다. 다만, 그날 이후로 평범한 나는 지나가다 철거 중인 건물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온 몸이 굳어버린다. 이제는 사람 많은 지하철은 어떻게 타야 하나, 콘서트나 공연은 갈 수 있을까, 온 세상 것들에게 겁이 난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참사로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고통에 비할 수준이 절대 아님을 알지만, 나는 요새, 내일은 내가 혹은 내 주변 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함께 눈을 뜨고, 길을 걷고 있다.


분명 시간이 흐르면,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세상을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남겨진 이들의 마음이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나동그라진 마음을 두고 껍데기만 남은 몸은 세상의 속도에 맞춰 쫓기듯 나아갈 것이다. 균열이 가득한 길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함께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날카롭고 불안한 이 세상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아니 살아남아야 할지 너무너무 겁이 난다.



출처: https://m.blog.naver.com/bmwk1200/22066316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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